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원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 편지 약속대로 그 해 여름휴가는 영월 전선에서 보냈고

선생님도 찾아 뵈었었습니다.

벌써 이 녀석이 군생활을 마치고 다음달 초에 제대한다 하니

세월 참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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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아 안녕!

 

이 시간에 아빠는 잠시 쉬면서 여송이를 만나고 있다.

지금 시간이 세시 반 조금 지났으니 여송이는 집으로 오고 있는 중일까 아니면 ... ...  ?

아마 이 편지를 읽는 시간은 한참 뒤이겠지만, 아빠가 여송이를 만나는 이 시간에 뭐하고 있었는지 살짝 이야기 해주렴. 그럼 엄마랑 예빈이가 궁금해하겠지. 후후

 

아빠는 요즘 회사 생활도 그렇고 집에서도 재미가 없단다.

요즘 회사가 어렵거든. 적자라는 말 아니

적자라는 것은 회사의 이익이 (-)여서 손해인 숫자를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해서 적자(赤字)라고 하는 거야 ...

회사가 이익을 내야 하는데도 손해이니 회사가 어려워지고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아침에 아빠가 출근할 때면 여송이는 자고 있거나

아니면 씻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서 마땅히 얘기할 시간이 부족하고

더군다나 저녁에 아빠가 집에 퇴근할 무렵에는 이미 여송이는 꿈나라니까

더욱 얘기할 시간이 없어서 미안해

 

예전처럼 여송이랑 공원에서 공도 차고

자전거도 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

우리 이번 주말부터 자전거 타고 공원가서 공도 차고 자전거 그림자 밟기도 하자.

 

여송아.

아빠는 저녁 늦은 시간이지만 학원 끝나는 시간에  여송이 마중 나가서

손도 꼬옥 잡아주고, 때로는 뽀뽀도 해주고

집으로 함께 오면서 아빠 얘기도 하고 여송이가 들려주는 얘기도 듣는 그런 시간이

가장 행복하단다. 그런 시간이 많았으면 더 좋겠지.

여송이는 어땠어?

 

예전에 아빠는 시험 하면 벼락치기 공부를 하곤 했었는데

여송이는 중간 고사 시험에도 평소 실력으로 시험을 치루는 것을 보고

집중할 때는 집중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부러웠단다.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는 한강이 참 멋있다.

기억나니 

아빠가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서 처음 서울 올라 온 날 아빠가 물었지

"서울 오면 뭐가 좋겠냐고 하니까?  "

"한강을 갈수 있어서 좋다"고 한 말

그래서 이사 온 그 주 토요일에 맨 먼저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한강에 도착하자 마자 흐르는 물에 발 담근 기억...

 

공부도, 게임도,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리고 무언가를 할 때는 집중하고

열중하는 것을 볼 때 마다, 정해진 목표에 집중해서 하는 너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단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거든.

공부도 즐기면서 하고 ...

그런데 말야. 아빠는 여송이가 고쳤으면 하는 게 하나 있단다.

어떤 일을 하다가 짜증을,  짜증을 자주 내는데 ,

만일 여송이가 짜증내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짜증내게 되고

그게 다시 너에게로 되돌아와 너는 더욱 더 짜증이 커지게 되는 거야

 

네가 먼저 웃으면 다 좋아지는 거야.

 

어렸을 때 여수 살 때는 매 주말 마다 좋은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곤 했지.

쉬는 날에는 우리 선조들의 체취가 남아 있는 문화 유산을 직접 보고, 만지기도 하고

 

이 때 쯤엔 항상 하동 쌍계사나 보성으로

우리 차를 직접 만들어 비비고 덖는 제다를 하곤 했는데 서울 온 뒤론 기억이 없지.

 

그래도 일년에 한번씩 좋은 유적지를 함께 거닐었는데 이번 연휴에는 영월에 한번 가자꾸나

그 곳은 단종대왕의 가슴 아픈 사연이 남아 있는 곳이야.

혹시 아니?  그 단종 대왕의 부인이 여송이의 윗할머니라는 사실을

그 할머니의 사연으로 태백산의 산신이 되셨다는 전설도

 

기억나니?

재작년에 경주 남산을 오를 때 네가 한 말.

아마 너는 기억나지 않을 거야

“아빠 천년 전에도 신라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겠지라는 말에 아빠는 감동 먹었었다.

서산 삼존 마애불 , 태안 삼존 마애불의 백제 미소를 보면서도 던진 말도

 

여송아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으니까 행복해진단다.

 

자! 거울 한 번 보면서 우리 웃어 볼까.

소리 내어 웃으면 더욱 좋지만 안되면 가볍게 미소만이라도

그러면 정말 기분이 좋아지던데 여송이는 어때.

 

아빠 보면 거울보고 웃었을 때 너의 느낌을 얘기해 주련.

 

이제 회의하러 들어 갈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고 너의 기쁨이 온 가족에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여송이를 사랑하는 아빠가

 06. 05. 15 15:52   한강을 바라보면서  ...

 

 

더하여 :

 참 오늘이 스승의 날이구나.

아빠도 오늘은 선생님이 뵙고 싶구나. 여송이도 함께 찾아 뵈었던 할아버지 선생님

그 분이 아빠 초등학교 육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시자 엄마 아빠의 결혼 주례 선생님이시란다.

 

이번에 광주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내려가면 함께 찾아 뵙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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