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고대문화>(1969) -

 

 

언젠가 4.19기념식을 마치고

누군가를 기다리다 뽑아든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이 시를 처음 만났다.

 

아직도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나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오늘의 치열한 삶에서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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