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일정한 시간이 되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겁니다.  

매일 걸다보면 어떤 날은 밋밋해져서 고작 한다는 말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목소리 들으니 좋아요!"하곤 전화를 끊습니다.

예전 아버지하고 통화도 비슷했는데 저의 성격상 여전합니다.

멀리 떨어져 잇다보니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홀로 계신어머님이 눈에 자주 밟힙니다.

물론 아내의 어머니도 홀로되셔서 늘 반가운 목소리를 들려주셔서 마찬가지이구요.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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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 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 부딛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느끼게 조심이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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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우동'과 비슷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게 해주는 시입니다.

함민복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전업시인입니다.

 

함민복(1962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충청북도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4년간 근무하다가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강화도 화도면 동막리에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 쓰는 것 말고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시인이다.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성선설〉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24회「김수영문학상」, 7회「박용래 문학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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