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열한시 넘어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화면에
낯익은 이름이 떠 있었다.

예전 직장 동료였다.
많이 보고 싶었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 회사를
그만 둔 직장 동료로
그만 둘 때 몇차례 통화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만나지는 못하고
몇차례 안부 통화만 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궁금해 하면서
쉽사리 전화를 못했다.

이 한밤중 늦은 시간에 전화라니 ...

이름만 보아도 일단 반가웠다.
반가움에 통화를 누르니 여전한 목소리...
 
이 곳에 일이 있어 왔다가 일을 마치고
숙소에서 그냥가면 후회될까봐
다늦은 시간이라도 생각나서 전화를 했단다.

내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굳이 내게로 오겠다고 해서
십여분 뒤에 사택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단지 흰머리 숱만 더 많아졌을 뿐...

갑볍게 포옹을 하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로
근 새벽 두시까지 얘기를 나눴다.

실제 직장 생활을 해보니 친했던 동료도
대부분 회사를 떠나거나
근무지를 옮기면 금새 남이 되곱
만다.
오죽하면 조직도에 선 하나 있고 없고에 따라

전혀 다른사이가 되는게 직장 동료라 하지않는가?

맞는 말이다.
직장 동료는 직장내 울타리를 벗어나면
웬만해서는 예전 친분관계가 잘 유지되지 않는다.
아마도 고등학교 동창들하고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게다.
그 이유가 이 차이안에 있을게다.
우리 생활에서도 첫만남일 때의 관계가

시작이자 마지막처럼

 평생가는 관계의 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친구는 직장 동료치고는
실제 같이 근무한 기간은 아주 짧았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실제 둘이 함께 한 시간은

웬만한 동료들보다는  훨씬 많았다.

여기서도 함께한 표면적 시간보다는

함께 공감하는 실질적인 시간이 두사람의 관계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그 시절 함께 조계산을 자주 갔었다.

새벽 일찍 길을 나서 선암사를 거쳐
조계산 중턱 보리밥 집에서 점심을 먹고

송광사로 호젓하게 내려가는 코스를 즐겼다.

마치 연인처럼 호젓하게...

그렇게 자주, 산엘 같이 다녔다. 
되돌아보면 자주 둘이서 함께 등산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건
아마 서로 생각하는 것이나 사고가
거의 비슷하고 마음이 통했기에 가능했을거다.
그래서 긴시간을 함께 걸었을 것이다.

그가 새로운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그 산행의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바쁜 와중에도 간혹 함께 산에 오르곤 했다. 

어느 날엔  정전으로 꺼진 공장을 살리느라
밤을 꼬박 샌 다음날 아침에 사택근처에서 
해장국을 같이 먹고 취한 상태로 산에 함께 오르기도 했던 취기도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 하면
자유롭고 마음이 통하고 편했다.
그냥 마음이 따스하고
힘이되는 몇 안되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그 시간 커피 한잔 마셨을 뿐인데
두시간이 훌쩍 흘렀다.

내일을 위해 늦은 시간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떠나는 녀석의 뒤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았다.

(20180323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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