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예전 다음 블러그에 올렸을 때 어떤 분이 제게 질책의 글을 남겼습니다.
왜 친일파의 시를 좋아하느냐고.....
저는 노천명 시인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시로써 시 "봄비"를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시는 시로써만 받아들여야지 그 시에 사람을 덧입혀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서정주 시인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분의 친일 행적도 그렇고, 사생활도 그렇고, 일반적인 인간성(?)도 아마
(그래도 시인으로써의 능력과 지질만큼은 ....)
그렇지만 그분의 시는 정말 좋습니다.
시라는 게 시인과 일체감이 들기에 선입견도 생기고
때로는 그 시인의 행적등으로 감흥과 감동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 시를 읽으면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이 배가되는 경우도 왕왕있구요.
아마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그와 동화될 수 있기에...
그러나 시만 놓고 본다면 미당 서정주 시인을 따라갈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개별 시인들의 잘잘못은 잘알고 있습니다.
시는 시로써만 읽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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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회사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공장 바로 앞에 있는 영취산을 올랐습니다.
서울 본사로 옮기기 전에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영취산의 변해가는 색에 관심을 둡니다.
매일 아침마다 진달래가 피어 몇 미터 씩 붉게 물들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하루 하루가 즐겁고 봄이 온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요즘이 그런 때였지만 웬지 예전 처럼 마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합니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 만큼은 누구와 함께 오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약속이었고, 이럴수록 더 함께 웃고 즐겨야 한다고 스스로를 가다듬었습니다.
오래 전 영취산이 산불로 인해 진달래가 아름답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예전의 진달래 꽃 산의 명성을 다시 찾은 듯 합니다.
오르는 길에 시들이 여러편 시화전 처럼 늘어져 있었습니다.
요즘 가을에도 유명한 산엘 가면 산 초입에는
이렇게 시화전으로 아름다운 시들을 볼 수 잇어 산행에 기쁨을 더해주곤 합니다.
많은 시들이 봄을 노래하고 진달래를 노래했는데
문득 발견한 이 시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시라는 게 자신이 느끼는 상황에 따라 시가 달리 보이곤 합니다.
평소 같으면 센치하다고 거들더 보지도 않고 건너 뛸 이 시에
마음을 주고 위로를 받은 것입니다.
하루 반짝 하는 시는 아닐 것 입니다.
<100411>
봄 비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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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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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활동
1932년〈밤의 찬미〉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창작 활동을 했으며,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시 〈사슴〉이 유명하다.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시에는 주로 개인적인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부드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전통 문화와 농촌의 정서가 어우러진 소박한 서정성, 현실에 초연한 비정치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 중에 쓴 작품 중에는 〈군신송〉등 전쟁을 찬양하고, 전사자들을 칭송하는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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