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십여년 전에 북경 출장 길에 만리 장성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천진에 출장을 와서 맨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흥선대원군의 볼모지였는데

아쉽게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조차지역내 근처라는 것만 알았는데...

어차피 천진에서는 무언가 스토리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중국어가 거의 왕초보 수준이라 더욱 그러하겠지요.

 

지난 번 지센의 천태산을 오른 후 두번째 산해길입니다.

북경 근처의 젠커우장성 등산이라 해서 다른 약속도 취소하고 신청을 하긴 했슨데

갑작스레 잡힌 금요일 관공서 분들과 식사가 있어서 ...

간밤에 마신 술이 등산을 마치는 때 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고 내내 흔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깨어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마음만 바뻤을 뿐 가장 중요한 스틱조차 챙기지 못했으니

다른 것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출발 장소에 도착전에 선달님 전화까지 받았으니..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머리는 아프고 속은 쓰리고 아뭏튼 어려움이 많은 출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옛 선현들의아름다운 산하를 보면 배고픈 것도, 세상의 시름도 잊을 수 있었다는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잠시 목적지를 찾아 유람하는 동안에 본 아름다운 풍경은 간밤의 숙취도 잊게 만들었고

그냥 그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

 

우여곡절 끝에 산행 출발점에 섰습니다.

눈은 쌓여 있고 미끄럽기도하여 이번 산행에 다소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삼년 에 맡고 있는 공장의 문제로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서  무사히 공장을 정상화 시키고서

시내 해장국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반주까지 거나하게 곁들인 후 약속 때문에  힘들게 올랐던

조계산 산행이 떠올랐습니다. 그 힘들었던 산행이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출발지에서 젠커우 장성을 오르는 시작점입니다.

산에는 눈이 이렇게 쌓여있고 산에 오르는 도중에 가벼운 눈발도 날립니다.

시작 길이 다소 미끄러워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씁니다.

 

특히 "산은 교만한 자를 용서치 않는다"는 힐러리 경이 말이 유난히 다가왔습니다 

이 말은 허영호 씨의 강연에서도 ...


 

 

쓸쓸함을 주는 겨울 나무입니다.

그러나 곧 새옷을 입으면 이 겨울이 그리워질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도 올해의 겨울은 제게 좀 특별해서 더욱 그리워 지는 기억이 될 듯 합니다.


 

 

 

제가 유난히 좋아하는 산 풍경입니다.

갈수록 옅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을 바꾸면 갈수록 반대로 하얗게 진해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는 인생도 마찬가지 일것입니다.

갈수록 엷어지는 산처럼 기억은 엷어지지만 추억만큼은 더욱 또렷해지니까요.

첫사랑에 대하여 수평선은 갈수록 진해져서 남자의 마음이고

엷어진느 지평선은 여자의 마음이라는데 

나이들어 보니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좋아하는 이 풍경은 산에 오르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산을 가든 이런 사진은 꼭 담아 옵니다.

 

 

 

함께 걷는 다는 것은 많이 행복하다는 증거의 하나입니다.  

 

중국으로 와서 가장 큰 외로움은 언어적 외로움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신정 때 아파트 입주전이라 호텔에 머무른 적이 있었습니다.

한 사흘을 아무 말 안하고 지낸 것 같은데  그 답답함에 추워도 밖을 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직도 주말은 제게 있어서는 아직도 머나먼 울릉도와 같은 외딴 섬처럼 되어

성당 미사도 열심이게  만드는 것은 언어적 외로움보다 더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산행 길에 보여 주신 관심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장성에 대한 전설이 많다고 합니다.

누군가 망루에 올라 서 있습니다.

예전에 그 누군가도 저렇게 서서 멀리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 했을 것입니다.

저도 예전의 그 심정에 동참해 봅니다.

 

 

이렇게 굽이 진 장성을 오르고 내렸습니다.

눈발이 서린 계단에서는 엉금엉금 기어 내려오기도 했지만.. 

 

 

저는 눈 덮힌 산을 보면서 무주 덕유산 자락의 눈덮힌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덕유산 백련사 계곡으로 해서 중봉의 상고대, 그리고 향적봉 때로는 남덕유산 자락을

그렇게 매년 일월 중순에 오른 산행 길입니다.

그 때 찍어 둔 내 머리 속 사진에 중첩되어 눈 에 덮힌 덕유산이 더 그리웠습니다.

그 덕유산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기억이 살아서 나를 늘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험한 산길에 장성을 지은 중국사람들.

이들에게는 흉노족과 동이족이 그렇게 무서웠을 것입니다.

해마다 애써 농사를 지어 수확철이 되면 바람과 함께 들이 닥쳤으니까요.

 

우리에게도 이와 유사한 꽃이 있습니다.

일명 제비꽃 .우리 선조들은 오랑캐 꽃이라고 불렀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농사에 이로운 제비가 오는 시기에 보라색 꽃이 피니 "제비꽃"이었지만

북쪽 사람들에게는 이 꽃이 필 때 오랑케들이 약탈하러 넘어오니" 오랑캐 " 이라 불렀답니다.

 

 

이길 너머가 정말 아찔 했습니다. 
 

 

무너진 곳.

아마 아직은 보수는 엄두를 못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차라리 이런 남루하고 허물어진 문화재가 때로는 때 빼고 광낸 것 보다 더 정감이 갑니다.

 

 

 

시간 관계상 그리고 날씨로 인하여 멀리로 바라만 보았습니다. 
 

 

장성이 아니라 누군가의 길이 되어줍니다.


 

 

눈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한폭의 수채화입니다. 
 

 

어디가나 외따로 모습을 드러내는 듯 산은 어디나 공평합니다.

 

 

우리가 잠시 들렸던 곳입니다. 
 

 

중간에 약간의 황사성 바람이 불 때 모습입니다.  
 

 

보기에는 좋았는데 아쉬움이 남는 사진입니다.  

 


한쪽으로는 무너지고 ..

언젠가는 사람의 손을 빌려 다시 이어지겟지요.

아직도 만리장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맑은 구름이 흘러 갑니다.

바람이 지나고 나니 들려주는 소식이고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편지일지도 모릅니다. 
 

 

 

이정표

아직은 한국의 이정표 리본처럼 아기자기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소박함이 그대로 전해주고 맑은 하늘과 잘 어울려줍니다. 


아무리 꽃샘 추위로 추워도 이렇게 우리 곁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젠커우 장성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130324>

 

본 글은 제 개인 블러그에도 동시 게제됩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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