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1. 00:46 좋아하는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명절이라서 마음을 감추어도 조금은 드러나는 때입니다.
며칠전에는 내 생일이었고 어제는 딸 아이 생일이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전해지는 슬픈 소식에도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시피 했습니다.
집 근처의 새벽 재래시장이 매일 열린다는 사실을 엊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주말에만 열린다고 이야기 했느냐는 내 물음에
"어차피 평일에는 못가니까 그리 말했다"는 답이 들여왔습니다.
그래도 평일에도 열린다고 제대로 이야기해주는게 맞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선택은 제 몫이니가요.
업무에서도 나는 그리 말합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을 가지고 취사선택하는 것은 당사자 몫이지만
내가 알려주지 않아 몰라서 못한다면 그 책임은 전하지 않은 사람에게 있다고...
명절 이후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미 결정을 해놓고 체면 때문에 명절 후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대한민국 여성들의 명절증후군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남자들이 따스한 말 한마디 할 줄도 모르고
더군다나 아내의 입에서 시댁의 흉이라도 들으면 ....
올해 두번의 명절 모두 아내는 홀로 본가 광주 시댁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추석은 처가에도 들리지 못하고 바로 서울로 되돌아 왔으니....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아렸을까요?
딸 아이의 고3 수험생의 입장을 고려한 것입니다.
아래의 시는 명절을 떠나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130920>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 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밤 중 자다깨어 방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참조>
덧붙혀 : 심순덕 시인은 1960년 강원도 평창 횡계에서 유복한 가정의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특히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31세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리움에 사무쳐 이 시를 쓰게 되었다
고 한다.
2003년에' 한국문인'으로 등단하여
춘천 수향시 낭송회, 춘천교구 가톨릭문우회, 춘천여성문학회,
강원도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
이 시는 좋은생각 100호 기념 100인 시집 <그대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습니다>(2000)에 수록된 후 읽혀지고 그 후로 KBS에 이 시가 방송되면서 많이 알려졌습니다.
엊그제 장모님 병원에 오산 출장가면서 그리고 내려오면서 연달아 들렀습니다.
오래 전에 입원하셨지만 바쁜 회사 일정으로 통 가보지 못하다가 억지로 시간을 내었습니다. 내려 오던 날은 광주 본가에 들러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함께 하였습니다.
혼자 사는 아들이 안스러워인지 당신이 모아주셨던 먹을거리를 또 싸주셔서 거절 못하고 가져 왔습니다 .실제 그 먹을 거리를 먹으면서 당신 생각을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정말 큰 선물인데 싸주시는 마음 속에 나이 먹은 아들에 대한 안쓰러뭄으로 도리어 불효가 되고 있진 않은지 ~~
예전 남북 이산 가족 찾기 하실 때6.25 때 돌아가셔서 시신도 찾지 못한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내내 그리워 하시다가 방송이 끝난 후에도 내내 우셧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신의 서러움이 함께 녹아 났을 것입니다.
예전에 본 시인데 문득 기억이 새로워 함께 나눕니다.
비단 어마니 마음 뿐 이겠습니까???
두분 어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못내 그리운 날입니다.
<1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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