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에 이불을 덮으면 덥고
이불을 제끼면 추워지는 평소와 다른 새벽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만사 제껴두고 체온을 재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브라운 체온계는 38도를 넘습니다.  귓속에 센서를 넣어 온도를 재는 이 체온계는 재는 사람의 기술과 숙련도에 따라 약간의 온도 편차가 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번 잽니다. 왼쪽, 오른쪽, 위아래 번갈아가면서, 그럼에도 체온은 모두 다 38.3도를 넘깁니다.
 임시방편으로 수건에 물을 적셔 이마에 대어 온도를 낮춰보는데도 여전히 체온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만의 체온감별법인 얼굴볼의 온도와 귀속에 손가락을 넣어 나름 온도를 추정해면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제 옷을 가볍게 입어 덥기도 하고 그렇다고 상의 겉옷을 벗으면 약간 서늘하기도한 기억을 되살려보고, 동시에 다리 근육이 아픈 것을 보면 몸살기운 같기도 합니다.

또 응급실에 가 보아야 해열제외엔 별다른 조치 없이 퇴원하라 할 것 같기도 하고, 더군다나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지긋지긋한 주사를 생각해서 나름 내린 임시처방도 무용지물입니다.  마치 내 임시처방을 비웃기라도 하듯 체온은 금새 39도를 넘기면서 급시야 머리까지 멍해지며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스탠트로 인한 고열이 의심되어) 부랴부랴 필요한 몇가지 준비물울 챙겨 주치의 처방대로 세브란스 응급실로 직행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자마자 고열로 왔다고 하니 일차로 바로 환자용 마스크를 내어 줍니다.  고열의 원인을 모르니 혹시나 다른 환자에게 감염될 수도 있어 내려지는 당연한 조치로 생가되어 아무말없이 내어준 마스크를 바로 착용합니다.

응급실내 간단한 구두 진료와 함께 기초적인 검사를 위해 피를 두군데에서 뽑고 연이어 해열제 정맥주사를 팔에 놓습니다.

이후 감염이나 염증등의 원인을 찾기위해 소변과 가래를 채취한 후 응급실 대기의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립니다.  그래도 난 '고열' 외에는 별다른 중상이 없어 외견상으로 보면 마스크외엔 응급환자로 보이지 아니합니다. 실제로도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내 주위에 보기에도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니 응급실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응급실 접수 창구에 "입원실과 응급실내 침상이 부족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 달라"는 안내 문구가 이해가 됩니다.  그나마 야간이 아니라서 주간에는 분산효과로 야간대비 한산해 보이기는 합니다.

한 시간이 더 지나 드디어 의사가 오더니 몇가지 추가 질문을 하고, 독감 검사를 하자고 합니다. 코에 샘플봉을 넣어 샘플을 채취하는데 생각보다는 좀 아팠습니다. 전공의가 아플거라 사전 경고를 주기는 했지만 의례적인 멘트로 받아들였기에 더 아팠는지도...

그 의사에게서 감기 얘기가 나오는 순간 다른 이상은 없고 검사 결과가 정상적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혈에 따른 혈액 검사와 일반화학 검사.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에 따른 신장기능 및 감염과 염증 검사등 타 항목등에 이상이 없기에

결국 감기 검사로 넘어가는 걸로  ....

예상대로 잠시 후 '아무 이상없다.'는 소견과 함께 퇴원해도 좋다고 전해줍니다.
타이레놀, 소염진통제 내복약과 근육 이완제 처방과 함께 ...

나름 스탠트 막힘에 따른 염증으로 발생되는 고열에 대비하여 준비했던 입원은 다행히 없었고 잠시 소동처럼 그렇게 하루가 금새 지나갔습니다

영수증을 보니 해열제는 비급여인데 아마도 작년10월 중순경 응급실 입원시 처방된 비급여 해열제가 그대로 처방된듯 합니다. 그리고 인플렌저 검사료는 4만원 역시 비급여.

(혹시 응급실 가시면 해열제나 항생제는 급여용으로 해달라고 부탁하시면 좋을듯...  저도 작년 시월에 비급여용 해열제 처방하다가 급여용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여 바꿨는데 예전 처방중 비급여를 먼저 본듯 합니다.  )

집에 와서 어제 오후부터 타이네롤두알씩 8시간마다 먹고 있는데 체온은 정상입니다.

영광뿐인 응급실행 훈장으로 손등에 맞은 정맥주사로 손등은 멍이 든채로 아직 부기가  빠지지않고 남아있답니다. 응급실 간호사들은 주사를 놓을때 환자보다는 응급상황 관점에서 주사를 놓는듯 합니다. (이 느낌은 응급실을 다녀 오신분들은 잘 아실듯...)

덥더라도 따스하게 체온을 유지하라는 말이 금과옥조처럼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후일담.
타이네롤은 4번, 조제약  (해열.소염진통제+근육이완제) 5번 먹고 마무리 함.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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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일상을 통해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 관련 투병기록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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