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최근들어 항암주사를 맞으면 차수가 길어지면서 예전과 달리 사흘째 되는 날이 가장 힘든 날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자리에서 못 일어날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도 항암제로 인한 백혈구감소 (호중구 수명이 3일 정도) 영향으로 사흘째 되는 날에 면역력이 가장 약해지는 날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할 때에도 항암주사 맞는 날을 고려하고,  약속이 정해지면 나름 준비를 하게되는 것은 만나는 분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그 분들에 대한 저의 기본 예절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새해 복을 비는 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못한게 아니라 '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습니다. 연락을 전하려다가도 연락을 받는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되물음에 자신이 없어 연락을 한다는 게 주저되었고 그로 인해 안부조차도 여쭐 수 없었습니다. 과거 저의 경험을 빌지않더라도 상대방 역시 암환자인 제게 안부를 묻는 것 또한 쉬운 일은 더욱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은지 십여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얼마전 무료한 오전 열시경, 오전 운동을 가려는 데 스마트폰이 울리면서 대학 같은과 동기 민이 이름이 화면에 떴습니다. '지금 어디냐?'고 물으면서 '시간이 되면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본인의 정기검진 을 마친 후 다소 여유있을 점심시간에 맞춰 집 근처에서 저와 간단한 식사를 생각했나 봅니다. 실제 제가 사는 곳과 그친구의 집은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 만큼이나 가깝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마전 그것도 채 십여일도 안되는 작년 12월 말경에 급작스레 서대문구로 이사를 한 것입니다

 나름 생각했던 만날 장소가 헝크러졌겠지만 말이 나온 김에 서로에게 편한 홍대 입구역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홍대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 중에  내 건강을 염려하며 궁금해 하고 지난 정기 모임에서 못본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일정을 만들어 보자고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그 일정이 앞장서 나서준 민이 덕에 어제(15일) 이루어진 것입니다.

약속 장소에 십분 정도 먼저 도착했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에 나보다 더 젊어진(?) 우현형과 태환친구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우현형이 만나자 마자 나를 안아 긴 포옹을 하고 함께 잡은 손을 식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놓지않습니다.  그 꼭 잡은 손길을 통해 서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와 묵은 정이 그대로 전해져오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이 "찡"하고 울립니다. 이윽고 약속 사간이 되자 하나둘 모여 약속한 일곱 얼굴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의 근황과 삼십팔년이 지난 학창시절 옛얘기로 식사 시간이 훨 지나도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은가 봅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온 요리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모두 가볍게 맥주 한잔씩 하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건배에 난 차로 술을 대신합니다. 식사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로 식당 영업이 마쳐지는 사건이 돠어서야 식당의 마지막 손님이 되어 일어섭니다. 식당앞에서 서로 다음을 기약하면서 포옹과 함께 인사를 합니다.

짧디 짧은 긴 만남의 시간이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에도 함께할거라고 약속을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오는 길에 기찬 친구가 먼길 돌아가는 길임에도 집에 데려다 줍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옛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많이 행복하다는 증거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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