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서>

 

집이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원인은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미세먼지다. 미세먼지에는 황산염·질산염·탄소 같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입자 크기가 작아 사람의 폐 속까지 깊숙이 침투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 교수는 "미세먼지는 건강을 악화시키는 조용한 살인자"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건강한 집 드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기업과 연계해 중앙일보 독자의 집안 환경도 점검해준다. 이번에는 공기 질관리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미세먼지와 실내환경을 점검했다.

건강 잡아 먹는 '조용한 살인자'

 

김포대학교 환경보건연구소 이두용 부소장이 독자 한아름씨에게 집안 미세먼지 오염 정도를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자 한아름(31·서울 강서구)씨는 완공한 지 7년 된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직장인이지만 집안 청소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매일 환기를 하고 2~3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한다. 물청소도 자주 하는 편이다. 외관상으로는 양호해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실내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베란다를 확장한 집 한쪽 구석 벽면에는 곰팡이가 피었다. 침대 매트리스에는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하고 있었다.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는 실내 공기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미세먼지다. 건물이 오래될수록 먼지도 많이 생긴다. 한씨의 집 미세먼지 농도 수치는 평균 20.4㎍/㎥다. 김포대학교 환경보건연구소 이두용 부소장은 "일반 가정이 약 10㎍/㎥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량 농도가 높다"고 말했다.

집안 미세먼지는 가스레인지나 숯불로 요리를 할 때, 또 담배나 모기향을 피울 때, 낡은 옷을 정리할 때 많이 생긴다. 이 부소장은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주방용 환풍구 위쪽, TV나 컴퓨터 뒤편, 장롱 위·책장이나 가구 틈새에 쌓인다"고 말했다. 봄 환절기처럼 황사가 심할 때는 바깥에서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진드기·바퀴벌레 같은 집벌레도 먼지를 만든다. 집벌레의 배설물과 사체 부스러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로 변한다.

폐는 물론 심장·뇌까지도 공격

진드기는 습도에 예민해 사람의 땀이 묻어있는 이불이나 카펫에서 번식한다.

미세먼지는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흉기다. 가장 먼저 공격받는 기관은 호흡기다. 숨을 쉬고 내뱉을 때 콧속 섬모와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먼지가 몸 속으로 들어간다. 크기가 작을수록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폐 조직이 염증으로 손상된다. 감기·기관지염·천식·폐렴 같은 호흡기질환 위험성도 높아진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감기바이러스에 동시 노출된 상피세포는 감기바이러스에만 노출된 것보다 바이러스가 27.5배 빨리 증식했다.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장·혈관에도 부담을 준다. 모세혈관을 타고 들어가 백혈구와 반응해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든다. 연세의대 신동천 교수는 "큰 먼지는 코털·기관지에서 걸러내지만 미세먼지는 폐를 통과해 심장·뇌 혈관까지 침투한다"며 "혈액을 타고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심근경색·동맥경화·뇌졸중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배 속 태아와 영·유아의 성장을 막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화여대의전원 예방의학과 하은희 교수팀은 2006~2010년 지역별로 구분해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임신 기간부터 태아의 성장 상태를 분석했다.

지역은 대도시(서울), 공단 인근 지역(울산), 중소도시(천안)로 세분화했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 울산 > 천안 순으로 높았다.

연구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지역과 비교해 태아의 머리통·복부 둘레가 작았다. 인지발달(말하기·듣기)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 교수는 "미세먼지가 산모의 몸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유발하고 태아의 영양공급과 뇌 성장을 방해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사망위험도 높아진다. 1995년 미국 암학회 따르면 미세먼지가 1㎥당 10㎍ 증가 시 총사망률이 7% 증가한다. 이 중 심혈관·호흡기계 질환 사망률은 12%나 높아졌다.

미세먼지 끌어 당기는 전자제품

미세먼지는 집안 상태에 따라 쌓이는 정도가 다르다. 이번 실내 환경 점검에서는 거실·안방·서재 세 곳의 미세먼지를 채취했다.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곳은 서재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아 청소·환기가 부족한 곳이다. 미세먼지는 책장에 방치한 책·책장 곳곳에 숨어있었다. 컴퓨터·전자피아노 같은 전자제품은 사용 후 정전기를 발생, 미세먼지를 잡아당긴다.

안방은 침대 매트리스·이불·옷이 문제가 됐다. 천·섬유 재질은 미세먼지를 끌어당기는 속성이 있다. 또 사람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은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하기 쉽다. 벽면 구석에 피어있는 곰팡이도 집안 공기 상태를 악화시켰다. 곰팡이 세균이 미세먼지에 붙어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거실은 환기를 자주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보다는 수치가 높았다. 한씨의 집 인근에는 공항과 8차선의 큰 도로가 있다. 이두용 부소장은 "집 인근 환경이 원인"이라며 "자동차·비행기 배기가스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선미 기자 < byjun3005joongang.co.kr >

사진=김수정 기자

◆ 미세먼지=눈에 보이지 않는 지름 10㎛ 이하의 작은 먼지. 머리카락 굵기의 최대 7~8분의 1정도. 먼지는 크기가 작을수록 독성·유해성이 강하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질환자·고령자·어린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을 넘으면 기침· 안구 따가움·피부트러블 등 증상을 호소한다.

권선미.김수정 기자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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