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해가 바뀌기 나흘전에 그동안 살고있던 등촌동에서 이곳 가재울로 이사를 했다.
그날은 섭씨 영하 13도 (체감온도 영하 17도)로 유난히 추운 한겨울 날씨였다. 이삿짐을 올리는 도중에 후순위로 밀려 밖에 세워둔 고무나무가 얼어 잎을 다 떨궈내더니 이제야 제법 잎사귀가 돋아나 볼만해졌다. 

이사와 함께 등촌1동 성당에서 이곳 가재울 성당으로 교적을 옮겼고 바로 연이어 레지오 마리에 "전교자의 모후" 쁘레시디움에 가입을 했다.

요즘 어디서나 겪는 현상이지만 (어느 종교나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이곳 성당 모임 역시 젊은 사람들은 드물고 나이드신 분들이 대부분 활동을 하고 계셨다
내가 가입한 '전교자의 모후' 역시 연세 지긋하신 분들로 구성되어 있어 나는 자연스레 막내 단원이 되었다. 가장 많이 연세드신 형제님은 나와 두번의 띠동갑이시니 살짝 과장하면 거의 아버지뻘 되신다. 모임의 평균 연령이 70대라 보아도 무방할듯 하다. 그러다보니 내 개인적 성격에 더하여 행동거지는 늘 조심스러워졌고 웬지 모를(?) 어려움으로 개인적 얘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다.

특히 내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어쩌다 기회있어 두 분 형제님께 간략하게나마 살짝 설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임에서 공개한 게 아니기에 자연스레 알고서도 묻혀져 왔을게다.

지난 한달 동안에 두차례 스탠트 교체로 입원을 했다. 당연히 입원중이라 정기 주회합에 참석할 수 없었다.

두차례중 첫번째 입원시에는 그냥 개인일로 쁘레시디움 주회합에 참석이 어렵다고 핑게를 댔다.

그런데 두번째 입원시에는 병원에 입원해서 주회합에 참석이 어렵다고 숨기지않고 사실대로 카톡으로 알렸다. 이로 인해 다음날 병문안을 오겠다는 단장님 전갈에 연로하신 형제님들께 도리어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예정대로 다음날 퇴원이 결정되어 이를 핑게삼아 병문안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 와중에 내가 입원한 병동이 암병원이라는게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되었다.

어제 주회합을 마친 후 모임의 단장님이 내 건강상태에 대해서 단원들에게 알려주면 함께 기도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권했다.

잠시 망설여졌다.

조금 과장해서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형제님들께 말씀드리기에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먼저 와닿았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그러나 간략히 내 상황을 설명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대강 눈치는 채시고 계셨지만  "담낭암이고,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직접적인 내 설명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니까...

내 설명이 끝나자 단장님 주관으로 나의 건강을 위한 주모경을 레지오 단원 모두 한마음으로 함께 바쳤다.

 기도하는 중에 나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요즘들어 갈수록 사소한 일이나 생각 하나에도 눈시울을 자주 붉히게 된다.

이로 인해 감정을 추스느라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회합을 마치고 성당을 나서면서 헤어지기 전에 형제님께서 희망을 갖고 기도하면 충분히 이겨낼수 있다면서 절대 희망을 버리면 안된다고 위로, 아니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그동안 나를 위해 생미사(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미사시간에 기도하는 것)를 드렸던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게는 감사할 일,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빚만 지고 있지는 않는지... 

늘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다.

서양화가 박영규作 [십자가 고상]

[주모경]
천주교에서, 주의 기도와 성모송(聖母誦)을 아울러 이르는 말.
 주모(主母)란 주님과 어머니 마리아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모경이란 주님께 드리는 기도와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로 ‘주님의 기도’ 와 ‘성모송’을 합하여 하는 기도이다.

* 주님의 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 성모송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도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레지오마리애]
레지오 마리애는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하나로  단원들의 충성, 덕행, 용맹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대 로마 군단을 본 딴 군대의 형태로 조직되었으며, 각 단위체의 명칭도 이로부터 유래한다. 즉 레지오 마리애라는 말은 ‘성모 마리아의 군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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