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3. 21:31 책 이야기
지붕 낮은 집. 임정진 지음
나이 들어가면서 관심있는 책도 달라지나 보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래도 위인전이 아무래도 중심이었을게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인문서적을 많이 읽었었다. 그리고 좀 나이들어서 이십대 시절에는 미래를 밝히는 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회사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경쟁적인 분위기와 내 실력의 부족함을 자각해서일까? 자기계발서에 집중하다가 어느 때 부턴가 그만 읽게 되었다. 자기계발서가 내게 잠시 안도감을 줄 뿐 더이상 그런 책들이 내게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로 실행하는 작은 깨달음이 훨씬 더 중요하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다시 인문학에 관심이 간다.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게, 거울처럼 나를 비춰주게 하는 책들이 좋다.
이삼일 동안 읽은 책 [지붕 낮은 집]도 오랫만에 만난 나를 들여다보는 글이었다.
2005년도에 샀던 책인걸 보니 아마도 큰 아이 중학교 시절 권장도서였던 것 같다.
책장에서 꺼내들었는데 겉장을 넘겨보니 예전에 읽었던 기억도 새로워졌지만 그 시절 읽었던 소감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차라리 다행이다. 새로운 느낌일테니까!
아직도/골목길에서 서성이던 그 아이가/내 안에 숨어 있다./그 아이와 손잡고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지붕 낮은 집』(푸른숲, 2004) 에필로그 중에서. 임정진)
내가 나를 보는 것은 왜 어려울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오랫만에 앨범에서 옛 사진을 보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그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를 보기 위해 그 단체 사진을 보는 것이다.
인류 최고의 히트 상품은 ‘거울’이라고 한다. 자끄 라깡은 어린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 부분 부분을 온전한 하나의 몸으로 인식하게 되는 심리적 단계를 ‘거울 단계’라고 불렀다. 어린이는 거울 속의 멋진 자기에 경탄하며 그 속으로 빠져든다. 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참다운 자기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울 없이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겉모습이 아닌 속 모습을 비춰줄 수 있는 사람(남)이 나를 비춰주는 진정한 거울이 된다
그래서 ‘남’을 통하지 않고서는 실제적인 나를 볼 수 없다. 다른 사람은 나의 거울이다. 그들은 거울에 비친 또 다른 ‘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연극을 본다. 그 연기자들을 통한 대리만족 이기도 하지만 옛 시절이 주제라면 대리만족이 아니라 그 주인공들이 내 역할을 대리로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이다
"지붕 낮은 집"은 이 책을 통해서 그 시절의 나를 비춰볼 수 있었고 그 당시에 나를 비춰졌던 그 시절의 또다른 나를 비춰주는 나를 보았다
물론 이 책은 많은 주인공들을 통해서 훨씬 넓은 거울로 내 자신의 여럿 모습을 비춘다. 어느 관점에서 보면 어린 여자 아이시절 관점이라 남자였던 나의 관점과 시야와는 다르기에 이라 마노이 언급되는 친구 혜진은 밋밋하다고 여겨질 만큼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ㅜ더 실감나는 모습은 ‘형제만 남은 명철’의 친구, ‘뺨 맞고 나타난 브리사댁’의 이웃, ‘이마가 반듯한 민재 오빠’ 그리고 물에 잠긴 경마장 머습을 통해 사회상의 단면과 물구경 모습은 내 어린시절 여름철이면 두세번씩 빗물에 넘치던 다리(광주의 배고픈 다리. 지금은 높게 올려져 홍림교라 불리운다. 나는 아직도 (배)홍 (고플)림이라고 우스게소리오 추억을 되살리곤하는 다리 ) 를 구경하고 그리고 떠내려가는 돼지를 보곤했기에 현실적인 기억으로 더 진하게 다가선다.
그래서 일까? 솔직히 진한 감동은 없다. 잔잔한 추억으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중학생들이 감동을 받았을까 라는 면에서 현실적인 작품의 흡인력이 약하다고 느꼈을것이다. 일관성있는 한편의 스토리가 아니라 다양하지만 사소한 등장인물들이 어떤 구조로도 뚜렷하게 연결되지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쉽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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