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순천만>

 

 

      

                                     -안도현-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우리가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없다면
이 못된 세상을 후려치고 가는 회초리가 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먼 훗날 다 함께 바다에 닿는 일이 아니라면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얼마전 더이상 이러한 암울한 정국에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소식으로

조금은 SNS 상에서 시끄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보수 진보 성향에 따라....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그래도 시를 써야한다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하고 동시대를 살아온 시인이기도 합니다.

이 시인의 시를 보면 세상사가 함축된 시입니다.

그것도 어려운 시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 

 

그렇죠

함께 바다에 닿는 일이 아니라면

그 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겠습니까?

이게 세상사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따스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저도 함께 전해 봅니다. 가을의 소원과 함께 

 

                   <1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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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불국사 소원 빌기>

 

 

조병화 님의 시를 몇 편 좋아합니다.

어쩌면 시인의 필체와 마음이 나와 많이 비슷해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내가 많이 변했습니다.

그 시절 내게는 절망이 더 컸었기에 더 염세적일 수 있었는데

어느날 스스로 택한 5박6일의 금식기도를 통해서.... 많이 변했다고 느낍니다. 

    

  금식기도를 마치고 산을 내려와 집을 향할 때

  시내 버스 안에서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제게 말했습니다.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고...."

 

  그 뒤부터 내 얼굴의 날카로움이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근 10년 동안 매년 금식 기도를 했었는데

  많이 게을러졌습니다.

 

  아니 간절함이 많이 엷어졌나 봅니다.

 

  최근에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간절함으로 치열해 지자고..........

 

  이 시를 통해 예전의 나를 되돌아 봅니다.

  그래서 시가 좋습니다.

 

                                       <100225>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조병화 쓸쓸합니다. 쓸쓸하다 한들 당신은 너무나 먼 하늘 아래 있습니다. 인생이 기쁨보다는 쓸쓸한 것이 더 많고, 즐거움보다는 외로운 것이 더 많고, 쉬운 일보다는 어려운 일이 더 많고, 마음대로 되는 일 보다는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행복한 일보다는 적적한 일이 더 많은 것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외롭고 쓸쓸할 땐 한정 없이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이러한 것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정이라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당신이 그립습니다. 참아야 하겠지요. 견디어야 하겠지요. 참고 견디는 것이 인생의 길이겠지요. 이렇게 칠십이 넘도록 내가 아직 해탈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고독'입니다. 살기 때문에 느끼는 그 순수한 고독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제일로 무서운 병은 고독입니다. 그 고독 때문에 생겨나는 '그리움'입니다. '고독과 그리움' 그 강한 열병으로 지금 나는 이렇게 당신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앓고 있는 '고독과 그리움'이 얼마나 많은 작품으로 치료되어 왔는지 당신은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 그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그리움' 그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고독과 그리운 사연'을 당신에게 보냈습니다. 세월 모르고. 멀리 떨어져 있는 당신에 대한 내 이 열병 치료는 오로지 '고독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이 나의 말들이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심하게 생겨나는 이 쓸쓸함, 이 고통이 나의 이 가난한 말로써 먼 당신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만 분지 일이라도. 어지럽게 했습니다. 난필(亂筆)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많이 늙었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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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은 설명이 필요없는 시일게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시이기에 오늘은 함께 감상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시는 시인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의 마음을 함께 느끼면 더욱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 시는 교과서에 실린 시로

당연히 시를 외우는 과정에서 다가섰다.

그 당시에는 본 고사가 있어 시를 접하거나

간단한 수필은 통째로 암기하던 시절이었다.

시의 한 구절이나 한 단어를 괄호로 공란을 채우라는 문제가 간혹 출제되었엇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시의 배경등을 공부하다보니 

일제시대 그 시절의 만해를 생각하면서 느끼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느낌은 부족하기만 했었다.

 

그러다 5월 광주를 현장에서 지켜 보면서

가장 나를 사로 잡았던 시이다.

여기서 님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숙제를 던져주었지만

솔직히 이 자리에서 보면 그 주어진 숙제는 숙제로만 끝나고 말았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이별을 눈 앞에 두고서 이 시가 또 다시 다가왔다.

이게 시가 주는 감동이자 역설이 아닐까 한다.

 

옛 감정, 옛느낌 그대로...

잠시 눈을 감아 본다.

 

                     <080229>

 

--------------------------------------------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승려이면서 독립운동가이면서 시인인, 만해 한용운.
만해 한용운의 시를 보면 승려이기 이전에, 독립운동가이기 이전에 시인이라는 먼저 생각이 든다. 그는 근대 시인들보다 훨씬 앞세대에 속한다. 한학과 문어체가 익숙한 세대인 것이다. 그런데 '님의 침묵'을 비롯한 그의 시들을 보면 안으로 간직한 운율에 시어들은 거침없이 살아숨쉰다. 1879년생인 그의 시에 전통과 인습이 문학적 감성의 자유분방함을 누르고 있으리라 여기는 것은 그릇된 편견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의 시를 읽어보면, 그가 무엇이기 '이전에'를 말한다는 것은 경솔한 판단이란 생각도 든다. 승려이면서 독립운동가이면서 시인인 만해 한용운이 총체적으로 한 편의 시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그의 '군말'은 중생과 세계와 역사와 문학을 포괄하는 그의 사상의 독특함이 잘나타나 있다. 그것은 또한 그의 문학의 특성일 것이다. [북토피아 제공]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있겠습니까?

남들이 알지 못하는 시련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이죠

 

우리는 모르지만  

비 바람에 가지가 찢기우기도 하고

때로는 말라가는 대지의 척박함도 견뎌내야하고

누군가 예브다고 걱어가기도 하고

그 시련속에서 꿋꿋하게 서서....

 

우리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어제는 아내랑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서 잠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언제부터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되었느냐고..

내가 뭐라고 답하자 알면서도 표현을 안한 것이냐는 말에 아버지는 알고 계셨다고

답을 하자 멀리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아들 녀석이 나처럼 그러한  마음을 기대보다 좀 일찍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난 늦게 알아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먼저 느끼고 알면 다르겠지요.

고3 그리고 대1의 생활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남보다 좀 빠른 방황이었다고 스스로 자각한다면

남들보다 더 큰 선물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예전 부터 마음에 둔 시

카톡으로 전해 받고서 느낌이 변할까 봐서 일과의 시작과 함께 나눠봅니다..

 

                                   <131015>

 

 

      흔들리는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어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세상  그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꽃잎 따뜻하니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제 회사에 출근해서 잠시 인터넷 서핑중에 만난 시입니다.

난 이 시인을 잘 모르지만 일단 시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후 세시"가 주는 이미지는 "나른함"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나른함을 깨려고 잠시 창가로 다가갔는데 때 마침 비가 내린다면

어느 누구나 그 내리는 비를 보면서 여러가지 회상에 잠길듯 합니다.

 

시 내용은 그런 느낌을 멋들어지게 표현한 듯합니다.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박제영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

한때는 ‘나’이기도 했던 당신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비가 내리는 오후 세 시
나를 견인하고 있는 당신

 


■ 박제영 시인은
강원도 춘천 출생. 1990년 고대문화상 시 부문 수상.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소통의 월요 시 편지> <뜻밖에>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개발공사 사업지원 팀장.

‘그리움이란’ 말은 마치 밖에 쌓아놓은 소금가마 같다. 비가 오면 여지없이 젖어 녹아 없어 져 버릴…. 젖지 않도록 옮겨야만 하는, 몸과 마음만 바빠지는, 결국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고’마는.비가 오시는 날은 일단 그래서 마음 단속부터 할 일이다. 모든 것을 걸어 잠그고 새지 않게, 젖지 않게 하지만 ‘심하게 젖으면’ 어쩔 수 없이 ‘허물어지는 법이니’ 그 난감함은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될 뿐이다

비가 내리는’ 시간이 비단 ‘오후 세시’이겠는가. 저마다의 가슴에 내리고 젖는, 결국엔 무너지는 그런 때가…. 다행인 것은 그런 나를 ‘견인하고 있는 당신’이 있으므로 그나마 행복이랄까.

  <이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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