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3. 16:29 좋아하는 시
가장 사나운 잠승 ... 구상
오늘 미사 강론 중에 신부님이 인용하신 구절인데
마음에 와 닿아 집에와서 다시 읽어 보고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시"에 잠시 옮겨 봅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교회(저는 사십여년을 교회 출석했습니다.)까지
저녁 예배(아마 주일 학교 반사 봉헌 예배에 성구 암송 등으로..)에
오고 갈 떼 특히 어둥으로 휩싸인 밤길을 걷다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낯선 이를 어둠 속에서 만나는 것 이었습니다.
지금 처럼 가로등이 없던 시절이나 다름없었기에 ... ..
한 때 산 길에 길을 잃고서 헤매다 사람 소리가 들리면 반가움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예전 지리산 둘레 길 2~5 코스를 혼자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3코스던가요 동구재(등구재 ?) 를 넘다 보니 힘이 들어 잠시 쉬는데
여성 한 분이 쉬고 있었습니다. 내가 "힘들죠"라고 말을 걸엇는데
아무 대답 없이 그냥 일어서 가버렸습니다.
나는 무안하기도 하고, 내가 그리 보였나 하고 냇가에 얼굴을 비춰 보았지만
그리 험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혼자 걷기에 그냥 위로 한마디 건네는 나름 상대는 오해했겟지요.
아니면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내가 잠시 "가장 사나운 짐승"이 아니었을까요?
지나친 비약이지만 그 대목이 되살아나기에 ,,,
다시 한번 생각해 볼 時 입니다.
<130303>
가장 사나운 짐승
- 구 상 -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찔끔 놀라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때마다
거울에다 얼굴도 마음도 비춰보면서
스스로가 사납고도 고약한 짐승이
되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지난번 중국에 다녀올 때 공항에서 안내자가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흉기가 아닌가?"
어렸을 때 사랑방에 모인 우리를 보고 할아버지가 물었다. "산에서 뭘 만나면 제일 무섭겠니?" 아이들 대답은, 호랑이, 늑대, 귀신 등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엉뚱한 대답을 하셨다. "사람이란다." 그때는 왜 사람을 제일 무섭다 했는지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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