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시를 보면 마치 큰 스님이 열반에 드실 때 읊는 열반송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이 시인의 삶이 그대로 녹아들지 않았나 하는데 요즘처럼 바쁘고 빠른세태에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좋은 시가 아닐까 합니다.

 

 

    然後(시간이 지나서야)

 

                                         진계유(중국 명나라,1558-1639)

 

靜坐然後知 平日之氣浮 정좌연후지 평일지기부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소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겠네

 

守默然後知 平日之言燥 수묵연후지 평일지언조

침묵을 지킨 뒤에야 평소 지난날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겠네

 

省事然後知 平日之費閒 성사연후지 평일지비한

일을 뒤돌아 본 뒤에야 평소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겠네

 

閉戶然後知 平日之交濫 폐호연후지 평일지교람

문을 닫아 건 뒤에야 평소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겠네

 

寡慾然後知 平日之病多 과욕연후지 평일지병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평소 잘못이 많았음을 알겠네

 

近情然後知 平日之念刻 근정연후지 평일지념각

마음을 쏟은 후에야 평소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겠네

 

 

명나라 진계유(1558-1639)

 

명나라 말기 송강부(松江府) 화정(華亭) 사람. 자는 중순(仲醇)이고, 호는 미공(眉公) 또는 미공(麋公)이다.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뛰어났고, 고아(高雅)함을 숭상했다. 젊어서 동기창(董其昌), 왕형(王衡)과 함께 명성을 나란히 했다. 『금병매(金甁梅)』를 지은 왕세정(王世貞)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29살 때 유자(儒者)의 의관을 태워 버리고 관료의 길을 포기한 뒤 소곤산(小昆山) 남쪽에 은거했다. 나중에 동사산(東佘山)에 살면서 저술에 전념했다.

 

시문에 뛰어났고, 단한소사(短翰小詞)가 모두 풍치가 있었다. 글씨는 소식(蘇軾)과 미불(米芾)을 배웠고, 그림에도 능했다. 동기창이 사관(詞館)으로 오랫동안 있으면서 서화로 천하에 오묘했지만 항상 그에 대한 칭찬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불렸지만 모두 병으로 거절했다. 82살로 생애를 마칠 때까지 풍류와 자유로운 문필생활로 일생을 보냈다. 저서에 『보안당비급(寶顔堂秘笈)』과 『미공전집(眉公全集)』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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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3. 10. 10. 21:46 좋아하는 시

인생 김광섭

 

 

 

몇 날 동안 늦은 퇴근이 이어집니다.

무언가 실마리가 잡힐듯 한데 ..아직은 모릅니다.

오늘도 중국 직원들과 근 다섯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합니다.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분장을 하고

늦은 퇴근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곧 좋은  결과로 얻어지기를 고대합니다.

 

김광섭 시인의 시는 담백해서 좋습니다.

그 흔한 미사여구 없이 사람을 읽어내리는 마술적 언어사입니다.

이건 제 생각이니 아니라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아래 "칠십"이라는 단어가 바뀌어야 하겠지만.

 

다시 읽어봐도 좋은 시입니다.

내가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쏘옥 옮겨놓았습니다.

                      <131010>

 

 

 

   인생

                               - 김광섭

 

너무 크고 많은 것을 

혼자 가지려고 하면 

인생은 무자비한 

칠십 년 전쟁입니다. 

이 세계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신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낮에는 해 뜨고 

밤에는 별이 총총한 

더 없이 큰 

이 우주를 그냥 보라고 내 주었습니다. 

 

 

 

'성북동 비둘기'를 쓴 이산 김광섭의 시입니다.

요즘 들어 마음이 스산하니 마음에 와 닿는 시입니다.

 

운동하러 잠시 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방안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밀린 책도 한 권 진하게 읽었고

 

빨래도 하고

습기에 눅눅한 방에 보일러 불도 지펴서 습기도 제거하고 나니

제법 방바닥도 뾰송뽀송 해졌습니다.

그런 만큼 내 마음도 뽀송보송해진 기분입니다.

 

다시 책 한권 빼어 넣습니다.

오랫만에 오늘은 밤을 새워 이 책을 다 읽고 잘까 합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 전쟁처럼 죽을둥 말둥 산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치열한 삶도 아닌 것이 ... ...

살짝 나를 비웃어 봅니다.

그 비웃음이 나를 도리어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가지로 무더운 날 이었습니다.

 

          <110716>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요즘 걷는다는 것에 익숙치 못해

                                    기회만 된다면 걸을려고 노력합니다.

                                    운동이라는 핑게도 있지만

                                    걷는다는 것은 제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냥 걷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이 많아집니다.

                         

                                       <131009>

                         

                          차도로만 달렸을 땐 몰랐던.....................
                              이 대목이 제마음 사로잡은 압권입니다.

                                                 <100518>

                             

                                         걷는다는 것 
                                                                                    장옥관

                              길에도 뼈가 있었구나


                              차도로만 다닐 때는 몰랐던
                              길의 등뼈
                              육차선 대로변 한가운데 우둘투둘 뼈마디
                              샛노랗게 뻗어 있다

                              뼈마디를 밟고 저기 저 사람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밑창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검은 혓바닥

                              갈라진 거울처럼 대낮의 허리가 시큰거린다

                              온몸이 혓바닥이 되어 핥아야 할 뼈마디
                              내 등짝에도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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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아래 바램 처럼 아들 녀석 수능 마치고 대학 입학전에

                            비록 무등산이나 지리산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둘이서 인왕산에 함께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일학년 일하기 마친 여름 방학에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가장 길면서 아기자기한 지리산 둘레길 3코스를 아침 부터 근 하루 종일 함께 걸었습니다.

                            때로는 아무 말없이 침묵으로 걷기도 하고, 서로의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앞서거니 쥣서거니 하면서 그렇게 함께 걸었습니다.  도중에쉬면서 막걸리도 한잔 하고 식사도 하고

                            아무데나 마음 가는 곳에서 함께 쉬면서 ...

                            물론 그 쉬는 자리도 알고보면 순전히 제가 정한 곳이지만 (여러번 걸었기에 19.3 KM 코스가 마치 제 눈 속에 파로나마 처럼 선명합니다.)

                             

                            서로 가갖의 DSLR 카메라로 똑 같은 대상을 찍이서 구도를 비교해 보기도하고

                            각자 마음에 드는 곳을 찍어서 자랑도 하면서  그렇게...

                            전공이 예술 계통이라 그런지 사진 구도를 몇가지 알려주니 금새 저보다 더 짤 찍은 사진 몇장이 보이기도 했습ㄴ다. 

                             

                            요즘 며칠 동안 addidas (아디다스) 보라색에 노란끈 운동화를 신고 다닙니다.

                            아들 녀석이 신던 신발인데 녀석 발이 크다 보니 내 발 크기에 맞는 신발로 남아

                            녀석이 신지 못하기에 이제 내 몫이 되었다가 이곳 까지 함께 왔습니다.

                            그 신발을 내려 보면서 아들 생각을 했습니다.

                            딸은 언제든지 목소리 듣고 싶으면 전화도 하고, 대로는 걸어주는 전화도 받는데

                            녀석은 그럴 수 없어서인지 요즘 생각이 많이 납니다.

                            녀석 휴가 나올 때에는 나도 시간을 맞추어 지리산 둘레길

                            아니면 녀석의 할아버지 아니 내 아버지와 함께 걸엇던 무등산 길을 같이 걷고 싶습니다.

                             

                                                <131009>

                             

                             

                            무등(無等)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樓)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속에 갈매빛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 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고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참고) 갈매빛 - 초록빛,녹색


                             

                             

                             

                            미당 서정주 시인은 내게 애증이 있는 시인이다.

                            그렇다고 나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시인으로서만 봐야 되는데

                            詩(시)라는게 항상 시인의 삶을 떠나서 읽히울 수는 없는 법.

                            시대가 시인을 남들어내고 성장시킨다고 하지만

                            개인의 삶에 대한 자세와 의식은 개인차 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산에 오른 기억이 없다.

                            지리산도 부르고, 무등산도 부르는데 난 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 같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죄의식(?) 속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 한 군데 미안함이 스며나는 현실이다.

                             

                            큰 아이 수능 끝나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날 함께 오르고 걷고 싶은 길이다.

                             

                            그 동안 미뤄 두웠던 그 산!

                            내가 아버지와 함께 걷던 그 길을 내 아들 녀석과 걷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무등산에 올라도 그 길 만큼은 내내 비워두었었다.

                             

                            요즘은 기분은 웬지 올해는 모두 다 좋은 일만 그득할 것 같은 예감과 상상이다.

                            그런 마음이 갈수록 짙어진다. 

                             

                                              <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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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캄보디아 저녁 

                                                                     마종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으로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 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 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인물사진
                            마종기 시인
                            출생 1939년 1월 17일 (일본)
                            가족 아버지 마해송 (어머니:박외선,한국최초의서양무용가 )
                            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대학원 의학
                            데뷔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수상 2003년 제16회 동서문학상
                            경력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아동병원 초대 부원장, 방사선과 과장
                             
                            시인 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등의 시집과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을 발표했다. 2006년 미국의 화이트 파인(White Pine) 출판사의 '한국의 목소리' 시리즈로,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시선집 『Eyes of Dew』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 나의 가족과 나의 시

                            1~5 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글은 생략하고 마지막 글만 옮겨봅니다. 다시 읽어도 좋은 글입니다.

                             

                            이제 나는 오래 떨어져 있어도 못내 사랑을 끊을 수 없었던 모국어를 다시 만지며 겸손한 마음으로, 남아 있는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시를 빗고 문학을 만들어보려 한다. 내 재주가 부족해서 바라는 만큼의 문학은 못 하게 되겠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는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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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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