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개인생각]시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하다.
김재진 시인의 잠언집인데 시 형식이다
난 그냥 시로 읽기로 한다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하는 물음을 내게로 되물어 본다. 남들보다는 분명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슬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되물음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누구나 똑 같은 생각 속에 빠져들게다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과거 마음속 미움과 원망과 분노로 얼룩진 상처와 상처를 준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잊은줄알았는데 여전히 생채기로 남은 누군가를...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젠 사랑하는 사람만 떠 올리기로 하자.
이제 제한된 삶을 앞두고서 스스로 되물어보니 더 간절해진다. 다행히도 그동안 내 마음속 얼룩진 상처를 남겼던 사람들을 다 이해하고 용서한지 오래다. 이건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어찌보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은 만나면 얼싸안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쩔줄 몰라할 사람, 손을 맞잡고 차한잔 나누어야 할 사람들은 많은데 아마도 다 볼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없을것 같다가 아니라 볼 수 없다.
내가 용서를 빌어야할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이런 생각만 해도 그냥 눈물이 난다.
그래도 이 글을 통해서나마 그들을 기억하며,
누군가를 가슴 깊이 사랑할 날이, 소중한 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날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를 생각해보는 사색의 시간을 선물로 전해주고 싶다.

[책소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시인의 잠언집. 시구 형식을 앞세운 뒤 저자의 단상을 풀어놓는 방식의 에세이들을 모아 펴냈다.
"우리는 밤마다 죽고 아침마다 다시 태어난다."
"누구는 인생을 소풍에 비유했고, 누구는 인생을 꿈이라 했다. 소풍이건 꿈이건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이건, 이별의 경험 다 한 뒤 돌아갈 때 나는 무슨 기억을 안고 떠나갈까?"
160여편의 글들을 따라 읽는 것은 채움이 아닌 비움을 목적으로 한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다고 저자는 속삭이듯 말한다.
저자소개는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