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웃는다
                                   이생진

교보문고로 시집을 사러 가다가
목구멍에 가시가 걸리듯 하는 것은
겨우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할머니에게
동전 한푼 던져 주지 못하고
달랑 시집만 사가지고 그 앞을 다시 지나가는 일이다
시인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하고
돈을 찾다가도 동전이 없다는 핑계로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이런 양심(兩心)을 가지고 시를 쓰니
시가 웃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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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통해서 처음 만나고

그 후로 만나는 사람에게 때때로 전해주던

파란색 표지의 시집 "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의 주인

유난히 섬에 관한 시를 즐겨 쓰시고...

 

오늘은 문득 그분 시를 빼어 듭니다.

살짝 비튼 알량한 내모습 입니다.

 

 

 

 

 

 

엊그제 이곳 성당 미사에 제1독서자로 미사 전례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에 "성모님께 드리는 글"을 봉헌하여 마음이 열려있어

설령 마음에 꺼려졌던 제안도 그냥 받아들일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습니다.

어느 분의 부탁에 "알겠습니다"라 답해 놓고서도 가볍게 생각하고 그 한달이 훌쩍 지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미사만 참례하고

이 곳에 와서도 레지오 모임도 사실 힘에 겨울 때가 있는데

막상 참여하려니 그냥 순서에 따라 성경을 읽는 게 아니라 입당부터 마지막 마침까지 ...

생각보다는 좀 복잡하게 여겨졌습니다. (실제 목잡한 것은 아닌데 생각지 않은 탓입니다)

 

나름 해당되는 말씀도 여러번 읽고 묵상하고

그런데도 막상 단상에 서서 성경을 봉독할 때에는 나이 탓인지 중간에 글씨가 흐릿한 기분으로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고 처음이라 그런지 약간 긴장도 되었습니다.

끝나고 누군가가"목소리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는 모니터링도 받았습니다.

저도 충분히 공감하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번 이 참례는 제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복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한국이었다면 전례봉사는 언감생심에, 설령 제가 원해도 제게 돌아오지 않았겠지요.

미사 내내 감사와 열린 마음이 내내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마치 손님보다는 주인의 기분처럼 미사 내내 다른 잡념없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은혜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작은 봉사에도 큰 선물을 주시는데

제게는 그 첫 열매로 마음의 은혜로 먼저 답해주시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럼에도 위 시인의 고백처럼 "누군가가 나를 보면서 웃을까봐"

잠시 마음을 가다듬어 보는 것입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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