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090322 여수 봉화산 진달래>
기다리면 오지않고
왔구나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아름답지만 아쉬운 봄 날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부터 진달래는 먹는 꽃에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보고싶어하던
가장 그리워 하던 꽃이 진달래였씁니다.
재작년에는 당신과 함께 아픔으로꽃이 없더니
올해는 유난히 붉었습니다.
맺힌 이슬도 붉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은 유난히 흐릿했나 봅니다.
<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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