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초에 적은 글을 비공개로 가둬두었다가 근 이십일이 지나서 다시 내어놓습니다.


어제는 주일이었습니다.
평소같으면 아침(새벽) 시장을 다녀올 것인데 중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간밤에 평소보다 20 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든 효과인지 평소보다 삼십분 정도 조금 빨리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침대에 누워 시장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커튼을 젖히고 밖을 보았습니다. 바깥 풍경은 마치 내 마음을 잘 안다는 듯 간밤에 내린 비의 영향인지 마치 스모그가 낀 하늘처럼 그렇게 안개같이 하얗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서는 "공기도 안좋은데"라는 핑게거리가 삭이 트더니 이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쁜 것에는 쉽게 결정을 한다는 속설처럼 그 흔들림은 주저없이 핑게거리에 안주하게 하고 다시 핑게거리를 놓칠까 봐 평소와 달리 "공기도 안 좋은데" 하면서 다시 자리에 누워서 일곱시 사십분까지 스마트 폰을 보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뒤척임과 함께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일정이 있으니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하는 시간이 시장에 다녀온 시간과 비슷해졌으니 결국 아침 시간만 낭비한 셈입니다. 이렇게 아쉬움도 뒤로하고  기도 모임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고자 평소와 같이 아홉시 못되어 집을 나섰으니까요..

 

탈무드에 보면 아침에 눈을 뜨면 침상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눈 뜨자마자 바로 침대에서 이불을 박차고 내려오라고 권합니다. 만일 바로 내려오지 않고 "조금만" "조금만" 하다보면 금새 10~20 분이 지나고 어쩔 때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아침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가 평소 자주 드든 선인들의 현명한 지혜의 조언은 조금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저녁 무렵에 지나온 하루를 곱씹어 보면서 휴일 아침에 대한 평소 내 생각이 옳았구나 하고 느끼면서 동시에 "앞으로 게을러지면 안되겠다"고 반성을 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천진시 남개구 시대오성(원래 올림픽 선수촌 이었다고 합니다) 후문 근처에서 열리는 중국 재래시장은 매일 이른 새벽 여섯시부터 보통 여덟시 반까지 두 세시간 정도 열리는데 (계절에 따라 장이 서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저는 평일에는 가는게 불가능하니 주말에만 하루씩 골라 재래시장엘 다녀온곤 합니다.  가는 목적은 꼭 정해진 물건이나 무얼 산다기 보다는 게으름을 피하고 아침 운동 삼아서 새벽 공기(천진의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 와 함께 사람 사는 냄새도 맡아보곤 하는데 어느 날에는 아무 것도 사지않고 빈손으로 터벅터벅 되돌아오는 날에도 기분은 좋아집니다. 

 

얼마 전에 들었는데 이 시장 상인들 대부분은 별도의 가게를 가지고 있고, 아침에는 손님들이 없기에 이곳에서 물건을 팔고 난 후 본래의 가게로 가서 가게 문을 연다고 합니다.
물론 이 곳 시장에도 개인가게가 없이 노점에서만 팔아야하는 방물장수처럼 잡동사니를 파는 이들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저는 일단 시장 끄트머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면서 필요한 물건을 찜해 놓았다가 사곤 하는데, 아침에 시장을 돌다 보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소리 소리 지른 상인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조용히 오는 손님만 받고 있어 장사하는 방법도 약간 대조적입니다. 같은 물건이라면 저는 그날 기분에 따라 둘 중에 하나 선택을 합니다만 저의 성격 탓인지 아무래도 조용히 파는 분에게  한번 더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곳 중국 사람들은 유난히 군중 심리가 강한듯 합니다.

어쩌다 손님이 한사람도 없는 상인 앞에 서면 어느새 내 주위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고 또 그들은 나보다 먼저 물건을 사가곤 합니다.  중국에서는 바람잡이만 있어도 가게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조금 일찍 다녀오는 편이기에 되돌아 오는 때에 시장을 보러 가는 아는 이들을 만나곤 하는데 살짝 눈인사만 나누곤 합니다. 저는 혼자 배낭을 메고 어쩔 때에는 한손에는 홈플러스용 붉은색 시장주머니를 들고 오고 그들은 부부끼리 밀수레나 시장바구니를 들고서 마주치기에 간단히 인사만 나누게 되는 것이지요.

 

얼마전 주재원 아내들 끼리 모여서 아침에 재래시장 다녀온다고 하니 어떤 젊은 애엄마가 그리 말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돈 아낄려고 그런데(?) 가서 물건을 사느냐?"는 핀잔아닌 핀잔을 들었다는 말을 듣고서 놀랬습니다. 듣기로는 일부 젊은 아주머니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젊은 주재원들은 한국에 비해서 거의 두배의 월급을 받는 셈이고 더군다나 아이들 (외국인 국제학교) 학비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주고 한국보다 두배이상 넓은 집에서 살면서 출퇴근하는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중국말로 "아이"라고 부르는데 이모라는 뜻입니다) 까지 부리면서 호사를 누리니 그리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영 씁쓸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중국사람들이 한국 아주머니 특히 젊은 애엄마들을 좀 싫어한다는 말이 돌고 있기는 합니다.

 

이야기가 다른데로 흘렀는데 오늘의 주제는 "게으름 피우지 말자"는 의미와 함께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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