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걸은 지리산 둘레길 3코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 마 종 기 -

 

봄밤에 혼자 낮은 산에 올라
넓은 하늘을 올려 보는 시간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별들의 뜨거운 눈물을 볼 일이다.

상식과 가식과 수식으로 가득찬
내 일상의 남루한 옷을 벗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밤,
별들의 애잔한 미소를 볼 일이다.


땅은 벌써 어두운 빗장을 닫아걸어
몇 개의 세상이 더 가깝게 보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느린 춤을 추는
별밭의 노래를 듣는 침묵의 몸,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당신,
맨발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신약 빌립 비서2장 12절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266. 200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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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전 의사) 1939년 1월 17일 출생

아버지 : 마해송(1905-1966, 아동문학가)

어머니 : 박외선(1915-2011, 현대무용가)

데뷔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 의학

1966 도미.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방사선의사

1976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변경의 꽃(1976)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 뿐이랴(1986)

그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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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 종일 회의에 참여 했다.

아들에게 간밤부터 문자와 카톡을 보냈는데 답신 없다가 퇴근 무렵에 통화가 되었다.

혹시 내가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되물었다.

이럴 때 마다 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당신도 그랬을까? 하고 회상도 해보지만...

아내는 나를 "딸 바보"라고 놀리지만

그것은 겉으로 표현해 내는 내 모습에서 기인한 판단일게다.

속살을 도려내면 ... ...

 

이 시를 지은 시인처럼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싶은 마음이다.

유난히 변화가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의 한 해다.

 

나도 일상 속 남루한 옷, 때로는 가식의 웃음도 벌려두고 

바람처럼 가벼운 자유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2012. 09.12 자정이 막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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