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 하면 ‘착지’야. 체조선수들이 공중에서 다섯 바퀴, 여섯 바퀴를 돌았어도 착지를 잘 못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과 같은 거야. 젊은 시절 열심히 잘 살아온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는 거지. 젊은이들이 시대에 속지 말고 중심을 잡고 진리의 대지에 두 발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안전하게 착지를 했으면 좋겠어.”
「소설가 최인호.」
얼마전 작고한 작가 최인호의 자전적 고백같은 이 글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
1972년 연세대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고 재학중 고교생으로 1963년 <벽 구멍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그리고 1967년에는 <견습환자>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등 일찍부터 천재작가로 불렸다. 청년시절엔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 밤> <고래사냥>. <천국의 계단> 같은 대중소설과 수많은 영화작업으로 스타급 인기를 누리던 그는 이후 교통사고와 수술 등의 고통을 겪었다.이에 세월이 흐를수록 유교과 불교 등을 주제로 깊이 있는 작품을 쓰며 2005년 환갑에는 15년을 구상한 작품 <유림>을 발표하기도 했고 당시 60년 삶을 반추하며 했던 말이다.
2013년 5월 68세의 나이로 희귀암인 침샘암으로 5년간의 투병끝에 세상을 떠났다. 요즘 나이로 보면 이른 나이이지만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시 일화를 보면 천주교 신자로서의 마지막 삶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의 신앙고백과도 같은 글을 서울 대교구 미사 주보에서 자주 보았었다.
서서히 직장생활의 마무리 시점이 가까워 온다. 한창 나름 잘 나가던(?) 시절에 생각했던 그러한 마무리는 아니지만, 이제는 버릴 것은 버리면서 새로운 제2의 생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매번 흔들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 준비의 결정에 다가서고 있다는 건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라스트신이 중요하듯(모든 주제가 함축되고 인상적이어야 오래 기억에 남듯) 우리 인생에서도 이렇게 마무리가 중요하다. 올림픽경기에서 체조나 스키 활강을 보면 마지막 착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멋있게 회전을 잘해도 마무리 즉 착지가 불안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런 마무리는 운동 게임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아무리 승승장구하고 부와 명예를 누렸어도 마지막에 헛발을 딛어 쓰러지거나 허망하고 비참하게 주저 앉으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정치인들을 통해서도 자주 느낀다. 잘 쌓아오던 명예와 인기를 한순간에 모두 잃어버리는 ...) 안전하고 멋진 착지를 하려면 소설가 최인호의 말대로 중심을 잡으면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 쓸데없는 탐욕과 무지가 착지를 망치는 주범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 탐욕을 마주치곤 한다. 아직도 내가 많이 무지하고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신호이다. 내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걸 깨닫는 하루다.
마지막으로 서울대교구 미사 주보에 실린 작가의 글을 하나 더 더해 놓는다. 왜냐면 우리에게는 감사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동안 소홀했던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더 가까히 느끼도록 해준다.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없이 울고있는 사람의 눈물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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