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에 해당되는 글 61건

  1. 2017.11.23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 1
  2. 2017.07.21 어머니 곁에서 조태일 1
  3. 2017.04.15 수선화에게 정호승 1
  4. 2017.03.22 나태주의 시들
  5. 2017.01.20 시선 마종기
 정호승시인의 시중에는 편지와 관련돤 시들이 많다.  한번쯤은 음미해 볼만한 시이다.

기다리는 편지 
                        정 호 승

서울에도 오랑캐꽃이 피었읍니다 
쑥부쟁이 문둥이풀 바늘꽃과 함께 
피어나도 배가 고픈 오랑캐꽃들이 
산동네마다 무더기로 피었습니다 
리어카를 세워 놓고 병든 아버지는 
오랑캐꽃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물지게를 지고 산비탈을 오르던 소년은 
새끼줄에 끼운 연탄을 사들고 
노을이 지는 산 아래 아파트를 바라보며 
오랑캐꽃 한 송이를 꺽었읍니다 
인생은 풀과 같은 것이라고 
산 위를 오르며 개척교회 전도사는 
술취한 아버지에게 자꾸 말을 걸고 
아버지는 오랑캐꽃 더미 속에 파묻혀 말이 없었읍니다 
오랑캐꽃 잎새마다 밤은 오고 
배고픈 사람들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이 
산그늘에 모여 앉아 눈물을 돌로 내려찍는데 
가난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함께 가난을 나누면 된다는데 
산다는 것은 남몰래 울어보는 것인지 
밤이 오는 서울의 산동네마다 
피다만 오랑캐꽃이 울었읍니다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읍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읍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가을편지 
                    정호승 

가을에는 
사막에서 온 편지를 읽어라 

가을에는 
창을 통하여 새가 날으는 
사막을 바라보라 

가을에는 
별들이 사막 속에 숨어 있다 

가을에는 
작은 등불을 들고 
사막으로 걸어가 기도하라.
굶주린 한 소년의 눈물을 생각하며 

가을에는 
홀로 사막으로 걸어가도 좋다. 

가을에는 
산새가 낙엽의 운명을 생각하고 
낙엽은 산새의 운명을 생각한다. 

가을에는 
버릴 것을 다 버린 
그런 사람이 무섭다. 
사막의 마지막 햇빛 속에서 
오직 사랑으로 남아 있는 
그런 사람이 더 무섭다.

부치지 않은 편지
                       정 호 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 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새벽편지
                     정호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위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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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곁에서      
                                  조태일

온갖 것이 남편을 닮은
둘쨋놈이 보고파서
호남선 삼등 열차로
육십 고개 오르듯 숨가쁘게 오셨다.

아들놈의 출판 기념회 때는
푸짐한 며느리와 나란히 앉아
아직 안 가라앉은 숨소리 끝에다가
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을
내게만 사알짝 사알짝 보이시더니

타고난 시골 솜씨 한철 만나셨나
산 1번지에 오셔서
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
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
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 엄니, 엄니, 내려가실 때는요
   비행기 태워 드릴게.
- 안 탈란다, 안 탈란다, 값도 비싸고
   이북으로 끌고 가면 어쩔게야?
 
옆에서 며느리는 웃어쌓지만
나는 허전하여 눈물만 나오네.

 

 어머니를 찾아서

                       조태일
이승의
진달래
한묶음 꺾어서
저승 앞에 놓았다.

어머님
편안하시죠?
오냐, 오냐.
편안타, 편안타


[군더더기.개인 소감]

엊그제 가벼운 그러나 조금은 난이도가 있는 시술로 가까운 대학병원에 입원한 첫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심스레 안부를 여쭙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평소와 조금은 달랐습니다. 어디 편찮으신가? 여쭤보아도 "이상없다." " 아무일 없다."라는 말씀 뒤에 "왜 목소리가 이상하니?"라는 되물음으로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전화기 너머로 역력해 보였지만 더이상 묻지는 않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곤 나도 병원에서 퇴원했기에 이제는 사실대로 말씀드리는게 낫겠다고 판단하고서 " 실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고 말씀드렸더니 깜짝 놀래셨다. 일단 정상이라는 말에 안심이라고 하시면서 그날 당신도 피부에 뭐가 돋아 병원 진찰에 혈맥이 터진것 같다는 의사의 일차 진단에 내내 걱정하시다가 오늘에야 혈액검사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서 이제야 당신도 아들인 제게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혹시나 아들이 걱정하실까봐서 숨기신 것이다. 서로가 걱정할까 봐서  서로를 위하여 말을 아끼다가 좋은 소식으로 전하는 것이다. 자식의 걱정조차도 걱정하시는 부모의 사랑일게다.

그러다 언젠가 본 조태일 시인의 어머니에 관한 시가 떠올라 이리로 옮겨보는 것이다

이 시는 곡성 태안사 출신으로 자식이 보고 싶어 상경한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조태일]
1970년대 유신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시를 발표하고 여러 차례 옥고를 치러 '저항시인'으로 불렸다. 1962년 광주고등학교, 1966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들어 만학의 길에 나서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1985), 박사학위(1991)를 받았다.

196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1964년에는 시 〈아침선박〉으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69년 월간 시 전문지 〈시인〉을 창간해 김지하·양성우·김준태 등을 등단시켰다. 그러나 〈시인〉은 창간 1년여 만에 당국의 압력으로 폐간되었다. 1974년에는 고은·백낙청 및 신경림·염무웅·박태순·황석영·조해일 등과 함께 민족문학운동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을 주도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1987년 9월 17일 창립된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모체가 되었다.

1974~89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간사, 1994~98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 1998년 이후로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교육자로서도 역량을 발휘해 1989년 이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1994~99년 예술대학장을 역임했고
1999년 간암으로 사망. 곡성 태안사 입구에 시인의 기념관이 있다.

'소주에 밥을 말아 먹는 시인'으로 불릴 만큼 술을 즐겼던 그는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남성적이고 힘있는 시를 남겼다. 등단 이후 시집 〈식칼론〉(1970), 〈국토〉(1975), 〈가거도〉(1983), 〈연가〉(1985), 〈자유가 시인더러〉(1987), 〈산속에서 꽃속에서〉(1991) 등을 펴냈는데, 특히 〈국토〉는 민족주의와 민중의식을 고취시키는 작품을 실어 1970년대말~80년대초 판매 금지되는 수난을 겪었다.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1995)로 제10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창비시선 131) 1995년 조태일 작품.

그의 남성적인 시 세계는 8번째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된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1999)에서 어린시절의 자연과 그 속에 깃들인 어머니의 기억, 동심 등을 반복해서 노래해 변화한 면모를 보여주어 주목을 받았다. 그밖의 저서로 〈시 창작을 위한 시론〉(1994), 〈시인은 밤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1995), 〈알기 쉬운 시 창작 강의〉(1999), 〈김현승 시정신 연구〉(1998) 등이 있다.

1991년 전라남도 문화상, 1992년 편운문학상, 1993년 성옥문화상, 1995년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사후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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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나의 생각]
요즘 내가 사는 이곳
사택 아파트 주위로 수선화가 예쁘게 피어있다.
노란색 꽃들이 여기저기

그러나 수선화는 함께 피었을 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느낌이고 생각일 수 있겠지만...

오래전 수선화 화분을 아내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아내는 수선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내와 수선화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곳은 서해와 맞닿은지형적 영향으로
생각보다 추운 곳인지
이제야 벚꽃이 필락말락하는데
수선화만큼은 얼마전부터 유난하다.

사택옆 아담한 교회와 집 두어채가
서로 연잇거나 마주 보지는 않고 조금씩 떨어져 있는데
그 교회와 교회와 길하나 마주한 그 외딴집 가는 길목이
마치 수선화 밭처럼  노랗다.

생각컨데
교회에서 수선화 꽃장식이 끝나면
길가에 얾겨 심어 넣다보니
자연스레 수선화 밭이 되어
지나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꽃들로 하여
포근해진 마음으로 이시를 골랐다.

물론 이시가 유명해진 이유는
교보문고 광화문 글판에 이 시의 첫 소절이 쓰여진 이후 더 유명해졌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한창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시기에
이 글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또 다른 위로가 되어주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외로움이란
마치 인간의 숙명처럼 얘기한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무엇일까, 


문득 혼자라는 현실
그러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
그 속엔 그리움이 남아 있고
저 밑바닥 마음 한켠에 희망이 없다면
외로움을 지나 절망에 빠질것이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약하디 약한 인간이기에
우리는 종종 외로움에 빠져 눈물을 흘리기도하고 
어느 날엔 외로움은 저멀리로 남의 얘기인듯 살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오지않을 일을 기다리지도 말라고 말한다.

문득 와로움과 그리움을 같이 저울에 달아본다.

서로 닮은듯 하면서도 낯설어 할 것도 같지만 한 이불속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어느날 문득 낯선이를 만나듯
언젠가는 옆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때의 외로움과
그 슬픔을 만나야한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수선화에게" 는
우리의 갈 곳 잃은 외로움을,
그리움속으로 잠시 기대어
쉬게 해 주는 시이기도 하다



[수선화]
학명 : Narcissus spp.
꽃말 :자만심, 자존심, 자신만을 사랑하다

수선화의 유래를 보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시스(나르키소스)가 제 모습에 반하여 죽어 꽃이 되었다고 한다. 꽃 모양은 은 접시에 금잔이 놓여있는 듯 아름답고 향기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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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는 마음을 울리면서도 편안함으로 아름답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글판을 통해서 그를 만났고 그 후 부터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시인이 우리랑 함께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느 누군가는 시를 이용해 편협한 정치에 나서기도 해 그를 마음속에서 지워야 했다.  그 시인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시로 만난 사람을 정치로 몰아세우니 아쉽다.
그것도 이해의 한계를 벗어나 평소 그가 읖조린 시와 달리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틀린 사람으로 그냥 도매금으로 넘겨 치부해버리는 걸 보고  놀랬다.

 그는 고향의 정치인을  지나치게 사랑한다.
그리곤 시로 포장을 한다.

그 때부터 안도현 시인이 다시 보였다.

나는 시인을 시로만 보기에
친일파인 노천명의 봄비도 좋아하고
인간성에 여러모로 방탕한 서정주 시인도 시로서는 좋아한다.

그래도 그들은 편협하지는 않았다.

얘기 방향이 곁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각설하고

나태주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공주에 그의 문학관 풀잎문학관이 있으니 공주에 들리면 한번쯤 소박한 그 문학관에 들려보기를 권한다.

풀잎이라는 시는 저 아래에 있고
오늘은 "선물"과 함께 다른 시들을 함께 만난다. (서운해 할까봐 맨 아래 시 '풀잎'을 살짝 얹어 놓았다.)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사랑에 답함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않은 것을 좋게
생각 하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욕심
                      나태주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비어 있는 나의 잔 
다 알아서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의 자리 낮음과 
가난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괜찮다 괜찮다 
고개 끄득여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풀잎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행복 나태주 바로보기
 https://click4tea.tistory.com/1625

[나태주]
시인.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력과 사색, 천진하고 참신한 착상,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노래하였다.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1973), “막동리 소묘”(1980) 등이 있다.

혹시 공주를 방문하시는 여행객이시라면 꼭 나태주시인의 풀꽃문학관 을 방문해 보시면 나태주시인의 시들과 다양한 문학을 접하실수 있습니다!.
작고 소박한 규모의 가옥에서 정겨운 느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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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7. 1. 20. 20:38 좋아하는 시

시선 마종기

온 세상이 하얗더니
이제 길 하나씩 보인다.


시선
             마종기
 
어떤 시선에서는 빛이 나오고
다른 시선에서는 어두움 내린다.
어떤 시선과 시선은 마주쳐
자식을 낳았고
다른 시선과 시선은 서로 만나
손잡고 보석이 되었다.

다 자란 구름이 헤어질 때
그 모양과 색깔을 바꾸듯
숨 죽인 채 달아오른 세상의 시선에
당신의 살결이 흩어졌다.

어디서 한 마리 새가 운다.
세상의 바깥으로 나가는 저 새의 시선
시선에 파묻히는 우리들의 추운 손잡기

 영화 '시선 1318'  한장면

[느낌]
내가 좋아하는 시인 마종기.

오늘처럼 하얀 눈이 내리면 눈이 먼저 시려진다.

누군가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고 느껴질 때면 그 시선이 살결에 닿는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우습다.
어쩌면 차가움을 숨겨둔 하얀 눈을 눈이 먼저 느끼는 것과도 일맥상통할까 되물어 보는 것입니다.
분명 시감과 촉감의 차이일진데도
그게 같이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합니다.

내게로 와서 만진 것도 아닌데,
보이지도 않는 촉감은
아마도 상대의 마음이 눈빛에
실려 있기에 그 마음이 느껴지겠지요.

차가운 겨울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따스한 마음.
아니 따스한 눈길
이런 마음 속  따스한 시선끼리
서로 이어진다면
이 겨울이 그렇게 춥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현대인의 생활은 가족들마저도 서로 멀리 떨어져 살게 만듭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핑게를 대어 보지만 어찌되었든 서로의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떨어져 사는 시공간을 메꿔주는 선들이 있다면 그건 또 다른 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통신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서로간의 시공간 간극은 더  멀어지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가 갖는 속성으로 살펴보자면 속도와 거리의 곱은 일정하다고 하면...

요즘 시절에 서로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선과 선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빛보다 더 빠른 마음과 시선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나마 삶이 행복해지는듯 합니다.

차가운 겨울에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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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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