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차마 못했네

 

                                   박노해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할 줄은 알았는데

내 사랑 잘 가라고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참 이별은 못했네

 

이별도 못한 내 사랑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길을 잃고 우는 미아 별처럼

어느 허공에 깜박이고 있는지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차마 못하겠네

 

웃다가도 잊다가도

홀로 고요한 시간이면

스치듯 가슴을 베고 살아오는

가여운 내 사랑

 

시린 별로 내 안에 떠도는

이별 없는 내 사랑

안녕 없는 내 사랑

 

 

 

 

한 때 이 시인을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브르조아지적 노동꾼으로 익숙해질 무렵에

나 역시 같은 입장으로 동일 선상에 서 있으면서도

그래도 나보다 한 발 앞서 있었던 사람들은 그대로 이기를 바라는 욕심이었습니다.

 

그러다 세월호 사건을 마주하면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아내듯 그렇게 보내다

이 시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해보는 시로 옮겨 놓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노란 리본을 달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아이들의 명복을 빌 수 밖에 없는 이 참담함을 ... ... .

 

한없이 부끄럽고 더군다나 무기력한 어른이라 더 미안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절대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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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인의 마음이 되어보지만

이렇게 '잊지 않겠다 ' 다짐을  해놓고서도 벌써 일년지났습니다.

 

변한건 하나도 없고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뻔뻔해졌는데

가장 뻔뻔했던 사람은 외국으로 잠시 이곳을 비워 둔답니다. 

원래 이해되지 않아고,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이렇게 마지막 기대까지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 여행지의 주인이 아무리 촌 무지렁이 가아 물을 것입니다.

이런 날에 집을 비워두고 오셨습니까? 그냥 뜻만 전해도 충분했는데요라고

아마 아주 정중하지만 완곡하게 되묻지 않을까요?

 

일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같은 마음이 되어봅니다.

 .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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