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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6 친구들과 만남... 2
  2. 2018.03.23 마음이 통하는 친구
 
오래전 약속이었다.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운동을 하는 대학동기들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룹스터디를 하던 멤버들이었고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함께 같은 과를 선택했다.
대학시절 서로 사는 길과 지향점은 달랐어도 늘 함께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그 인연은 그대로 이어졌다 .

어제가 그 운동날이었다.
운동약속 전날 골프장을 예약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비도 오고 추워지는 날씨에 항암중인 내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라고...
운동 마치는 후 점심때 함께 보자고 했다.

그 배려하는 속깊은 마음에 나도 혼쾌히 그러자고 했다.

사실 운동하는 것에 대해 내심 걱정이 되었던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일정을 수정하기로 했고 조금 일찍 나서자고 했다.

아침에 대산 날씨는 빗살이 제법 강해서 운동할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일찍 길을 나서 전화해보니 비가와서 운동을 취소했단다. 조금 일찍나서길 잘했다.

친구집 근처의 융건릉으로 오라는 전갈로  융건릉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친구들이 있는 커피숍에서 녀석들을 만났다. 두녀석은 근 일년이 넘었으니 정말 오랫만이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착한밥상"이라는 한식집이다.  TV프로 제목과 같고 상호 글씨체도 똑 같다.
기본차림은 인당 만원이다.
고기를 추가했다.
반찬은 12첩반상으로 깔끔하다.
다만 국이 밋밋했다. 광주 무등극장옆 김밥집 시레기국이 생각났다. 노부부가 운영했는데 김밥보다도 그 국맛에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맛을 그집외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다.

나나 아내 그리고 수원친구는 반찬을 거의 비웠는데 멀리 광주서 올라온 두녀석의 반찬은 줄어들지가 않았다. 추가로 시킨 고기위주로 먹은듯하다.
전라도 밥상에 익숙한 두녀석은 맛이 없단다. 친구나 우리 부부는 어느새  맛없는 서울 음식에도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데 어제까지 남도음식맛에 묻혀사는 두녀석 입맛에는 한수준 떨어질 것이니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느낀 나의 경험상,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식사를 마친 후  융건릉을 돌아보기로 했다. 융건릉은 융릉과 건릉을 합친 말로 사도세자/장조와 정조의 능이 있는 곳이다. 두능을 돌아보며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묻고 답을 한다. 역사는 돌고돌아 아직도 우리 곁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다. 사도세자의 능의 주변 잘 관리된 잔디를 보면서 골프의 어프로치를 생각한 나는 내심 불경스러웠지만 취소된 운동의 아쉬움으로 물든 내마음를 말없이 누워계신 한많은 그분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산책로를 걸으며 우리들을 감싸는   소나무의 솔향과 상수리나무 아래 낙엽길에 옛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니 이런 꽃길이 따로 없다. 더군다나 오랫만에 아내와 함께 걷는 호젓함은 최근의 나에게는 정말 호삿길이었고, 서울 집 근처 안산 길도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또다른 휠링으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수원의 유명한 빵집(삐에스 몽테 제빵소)에 들러 빵을 고르니 친구녀석이 우리들에게 선물로 사준단다.  이 빵을 보면서 환히 핀 얼굴로 즐거워 할 딸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요즘 병간호로 힘들어 할 아내의 일감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둔감한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그 마음이 예쁘다)

이렇게 친구들과의 짧지만 즐거운 만남이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면서 해어졌다.

멀리로 무리진 새떼가 맑은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이즈음 생각 나는 나태주 시인의 시이다.

살아갈 이유
                     나태주

너를 생각하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힘이 솟는다 
 
너를 생각하면 세상 살
용기가 생기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너의 목소리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즐거워진다 
 
그래, 눈 한 번 질끈 감고
하나님께 죄 한 번 짓자!
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바람 부는 날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구름 위에 적는다 
 
나는 너무 네가 보고 싶단다
바람 위에 띄운다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부탁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꽃잎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어제 밤 열한시 넘어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화면에
낯익은 이름이 떠 있었다.

예전 직장 동료였다.
많이 보고 싶었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 회사를
그만 둔 직장 동료로
그만 둘 때 몇차례 통화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만나지는 못하고
몇차례 안부 통화만 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궁금해 하면서
쉽사리 전화를 못했다.

이 한밤중 늦은 시간에 전화라니 ...

이름만 보아도 일단 반가웠다.
반가움에 통화를 누르니 여전한 목소리...
 
이 곳에 일이 있어 왔다가 일을 마치고
숙소에서 그냥가면 후회될까봐
다늦은 시간이라도 생각나서 전화를 했단다.

내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굳이 내게로 오겠다고 해서
십여분 뒤에 사택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단지 흰머리 숱만 더 많아졌을 뿐...

갑볍게 포옹을 하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로
근 새벽 두시까지 얘기를 나눴다.

실제 직장 생활을 해보니 친했던 동료도
대부분 회사를 떠나거나
근무지를 옮기면 금새 남이 되곱
만다.
오죽하면 조직도에 선 하나 있고 없고에 따라

전혀 다른사이가 되는게 직장 동료라 하지않는가?

맞는 말이다.
직장 동료는 직장내 울타리를 벗어나면
웬만해서는 예전 친분관계가 잘 유지되지 않는다.
아마도 고등학교 동창들하고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게다.
그 이유가 이 차이안에 있을게다.
우리 생활에서도 첫만남일 때의 관계가

시작이자 마지막처럼

 평생가는 관계의 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친구는 직장 동료치고는
실제 같이 근무한 기간은 아주 짧았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실제 둘이 함께 한 시간은

웬만한 동료들보다는  훨씬 많았다.

여기서도 함께한 표면적 시간보다는

함께 공감하는 실질적인 시간이 두사람의 관계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그 시절 함께 조계산을 자주 갔었다.

새벽 일찍 길을 나서 선암사를 거쳐
조계산 중턱 보리밥 집에서 점심을 먹고

송광사로 호젓하게 내려가는 코스를 즐겼다.

마치 연인처럼 호젓하게...

그렇게 자주, 산엘 같이 다녔다. 
되돌아보면 자주 둘이서 함께 등산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건
아마 서로 생각하는 것이나 사고가
거의 비슷하고 마음이 통했기에 가능했을거다.
그래서 긴시간을 함께 걸었을 것이다.

그가 새로운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그 산행의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바쁜 와중에도 간혹 함께 산에 오르곤 했다. 

어느 날엔  정전으로 꺼진 공장을 살리느라
밤을 꼬박 샌 다음날 아침에 사택근처에서 
해장국을 같이 먹고 취한 상태로 산에 함께 오르기도 했던 취기도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 하면
자유롭고 마음이 통하고 편했다.
그냥 마음이 따스하고
힘이되는 몇 안되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그 시간 커피 한잔 마셨을 뿐인데
두시간이 훌쩍 흘렀다.

내일을 위해 늦은 시간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떠나는 녀석의 뒤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았다.

(20180323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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