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한켠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아빠와 딸을 보았다. 요즘 아이들은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노래처럼 세발자전거로 시작해서 점차 나이에 맞는 어린이용 자전거로 옮겨 타기에 별도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기가 가뭄에 콩나듯 드문데 어제는 우연히 그 모습에 마주친 것이다.
내게도 그 모습과 같은 아련한 추억이 있다.
국민학교 6학년.
거의 휴일도 없이 하루도 쉬지 못하시고 일을 하셨던 아버지께서 모처럼 쉬시는 날이었을 것이다.
모처럼 쉬시는 날이라 편히 쉬실듯한데도 (사실 아버지는 쉬는 날에도 집에는 계시지 않았다.) 그날만큼은 자전거를 가르쳐주신다고 나를 깨우셨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공병대가 이전하고 잠시 빈 공터로 남아있는 곳이었다. 어렸을 때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때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따따따 소리를 내며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문을 열고 나오는 멋진 군복을 입은 군인을 부러워했었다.
그 공터에서는 여름날 저녁에 영화를 틀어주거나 일명 나이롱극장의 가설무대가 열려 재미난 신파극이나 흥부전이나 심청전등 고전극들이 열리곤했다. 이런 날은 할머니 손에 이끌려 공연을 보면서 주인공이 되어서 함께 울기도 했었다
불과 이삼년 뒤 그 공터는 이태리식 집들로 산전벽해의 주택단지가 들어섰고 얼마전 들려보니 고층 아파트로 변해있었다.
어찌되었든 그곳은 내가 처음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웠던 곳이다. 그 당시의 자전거는 대부분 짐을 실을 수 있는 성인용 자전거로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투박했었다. 더군다나 그당시 자전거는 운동용이 아닌 짐수송용 용도가 더 강했기에 적당한 짐을 싣기위해 짐받이도 제법 커서 요즘의 자전거와는 품새가 달랐었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성인용 자전거의 몸체 사이에 다리를 넣고서 자전거를 타는게 내심 부러웠기는 했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이런 내 마음을 읽으신듯 하다. 제법 어른키가 되어 안장에 앉아도 되는 나를 보시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시고 싶으셨나 보다.
누구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추억이 있을게다.
그렇게 아버지께 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자전거라는게 타는법을 한번 익히면 이후로 절대 잊혀지지않는 것의 하나이다.
영화처럼 내게 자전거를 가르쳐 준 사람이 첫사랑 연인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남자 주인공들이 여주인공을 가르쳐주지만)
보통 성인용 자전거를 탈때면 발로 페달을 몇번 굴리다가 안장에 올라타는데 난 처음부터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 출발하는 방식으로 앞만 보고 페달을 밟았다.
키가 좀 못미치니 나도 모르게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기도 하고 뒤에서 잡아주는 상대(아버지)를 순간적으로 믿지 못해 페달을 멈추거나 불안감으로 뒤가 궁금해 돌아보면 어김없이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다. 성인용 자전거로 무게감이 있어 잘못 넘어지면 큰 부상을 입기에 아버지께서 자전거 짐받이를 힘들게 꼭 붙들고 계셨을 것이다.
내 뒤에서 나를 잡아주는 아버지이기에 별다른 의심은 없었지만...
행여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두손을 놓아 버리는 건 아닐까.
약간의 의심을 감추고 앞만 보고 달렸다.
첫 자전거 타기란 상대에 대한 믿음이지 싶다. 믿음없이 나의 목숨(?)을 맞기기엔 무서웠다.
믿음이 바탕이 되고 그 믿음이 페달을 밟게 한다. 페달을 서서히 밟다가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페달을 세게 밟는다
도중에 의심이 들면 나도 모르게 페달밟는 힘이 줄고 그와 동시에 넘어지곤 했다.
이런 넘어짐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아마 나보다도 아버지께서 만저 지치셨을 것 같은데 셇어하시가니 짜증내신 당신의 기억이 없다.그럼에도 난 그날은 혼자서 자전거를 온전히 탈 수 없었다. 얼마 뒤에 아버지 몰래 몇번 더 연습을 하고서야 혼자 힘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믿음을 바탕으로 밟는 페달은 가볍다. 가벼운 페달 돌리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나 자신을 자전거에 맡기며 온 힘을 다하여 페달을 밟는다
그러다 한참 달린듯하여 문득 뒤 돌아 봤을 때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내가 두발 자전거를 몰고 있을 때의 쾌감이란...
그렇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다.
그 이후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많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시내 버스와 부딪혀 자전거가 망가져 아버지께 꾸중도 듣고 사흘을 누워지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 뒤에서 자전거를 타면 늘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의 냄새가 느껴졌을 것이다. 아버지의 허리를 꼭 부여잡고 얼굴을 아버지의 등뒤에 대고 부볐던 기억도 새롭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시내버스 타는 것 보다 자전거로 다니는 게 더 가까워 2년 동안 자전거로 통학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함께 한강을 자전거로 달렸던 기억도, 여의도 커플자전거도 새롭다.
나의 첫 자전거 타기는
그리운 아버지의 사랑이 그시절 자전거 바퀴 안에 추억처럼 지금도 머물고 있다.
자전거 타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영화.
말할수없는 비밀 (不能说的秘密 2007. 주걸륜.계륜미 주연)
또 다른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 에서의 남녀주인공의 자전거 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