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메일로 전해 받은 글입니다.
본사 근무를 마치고 여수로 내려가서 업무상 어떤 분과 회의를 했는데
그 때 부터 잊지않고 일주일에 한두차례 좋은 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좋은 글 있으면 재차 나눠주고 있는데 가뭄에 콩나듯 뜸뜸이고
일년에 한두번 감사인사로 답신하는게 고작입니다.
참 가슴이 따스해지는 얘기입니다.
능히 저도 이 이야기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실제로 저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제가 출국 길에
담배 "레종"을 "레이손"으로 점원에게 달라고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예전 같으면 간첩으로 의심되는 첫번째 사례일것입니다.
"담배 이름을 모르고 가격을 모른 사람"
아뭏튼 훈훈해집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편의점 아저씨)
25년을 잘 다니던 회사가 금융 쓰나미에 무너지면서 명퇴를 하였습니다.
직장생활 할 때는 나름 잘 나간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등기부등본 하나도 뗄 줄모르는 바보천치로 20여년 이상을 살았더군요
꼬박꼬박 타던 월급봉투에 중독이 되어서인지 돈 백만원정도는 한자리
밥값으로 써보기도 했는데 요즘 돈 100만원 벌기가 이토록 피땀이 나는지
세상 다시 사는 기분 입니다.
배운게 책상 앞에서 글쓰는 재주와 윗사람에게 잘보일려고 아부하는 것 밖에
몰랐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남들 다하는 편의점 사업이라고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넘어가는군요
요즘 아고라에 심심찮게 편의점 이야기가 올라 오던데 대부분이 어려운
이야기 뿐이어서 저는 각도를 달리한 그간의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편의점 이용손님을 하루 1,000명이상 대하다 보면 별별 손님이 많습니다.
그 중 진상손님도 많지만 정말 오래 이야기 하고 싶은 귀여운(?)손님도 많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다음 열명의 고객을 추천합니다.
1. 동양화 찾는 비구니 스님
어느 날 모습이 고우신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조용하게 "동양화도 파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편의점에서는 그림은 팔지 않는다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큰스님은 왜 이런 걸 나보고 사오라고 하신지 모르겠어요
쪽 팔리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재차 물어보니 나지막하게 "화투 안파나요" 하더이다.
화투 사가시면서 저한테 성불하라고 하시던 모습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2. 버스약 찾으시는 할머니
어느날 80세가 넘어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들어오시더니 다짜고짜 "버스약"있어요
하더이다. 그래서 저는 멀미약 찾으시는 줄 알고 "저옆 약국으로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했더니 티머니 카드를 내놓으시네요.
버스약도 모르는 제가 어찌나 송구스러운지 그래서 요구르트 하나 서비스로 드리며
충전해드렸더니 하시는 말씀 "복 받겠구먼 " 하시데요
3. 볼펜의 용도
어느날 잘 차려 입으신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볼펜을 찾으시데요
그래서 가장 흔한 300원짜리 볼펜을 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볼펜심을 빼서 저한테 줍니다
"이건 아저씨 쓰세요" 하더니 볼펜껍데기로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으시면서
"이제야 좀 살겠네" 하데요. 볼펜의 용도는 참 여러가지네요
4. 교통카드의 환불
꽤나 세련되어 보이는 아가씨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교통카드를 달라내요
"2,500원입니다" "충전은 아무편의점에서나 하세요" 했더니
아가씨 왈 '이거 가지고 지하철 타면 얼마씩 빠져나가나요"
대답을 어떻게 할까 생각중인데 "남은 돈은 어디서 거슬러 받나요"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서울에 처음 와서 교통카드를 처음 써 본 울산아가씨 랍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순수하던지......
5. 소녀시대의 출근
매일 아침 빵과 우유를 사러오는 여자손님이 많습니다.
이런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사는 "웃는 모습이 소녀시대 같으시네요" 했더니
이 인사 받으려고 오시는 고정 손님이 약 20명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이야기가 요즘 실감 납니다.
6. 라이손과 레종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 오시더니 아저씨 갖다 준다고 레종불루 한갑을 달라네요
그래서 드렸더니 담배갑을 한동안 보시더니 "라이손 말고 레종으로 주세요"
제가 봐도 RAISON을 왜 레종이리고 읽어야 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요즘 담배 종류가 하도 많아서 대략 80여종 되는데 젊은친구들은 담배이름을
전부 줄여서 이야기하니 저도 헷갈립니다.
말보레(말보르레드) 말보라(말보르라이트) 말보울(말보르울트라) 헷갈립니다.
디플 과 디스도 구별할 줄 알아야 되고 에쎄도 무려 12가지입니다.
편의점 하려면 담배이름부터 외어야 합니다.
7. 건망증
세상이 각박해지고 복잡 다난하면서 모든사람들이 건망증이 심합니다.
만원짜리 잔돈 바꾸기 위해 껌하나 사면서
잔돈만 9,500원인지 열심히 확인하고 껌은 놓고간 손님이 하루평균 몇 명은 됩니다.
세상 살기 힘들어도 정신줄은 놓지 말고 삽시다.
어떤분은 껌은 가져가고 지갑을 놓고간 분도 있습니다.
바로 쫓아 나가보면 왜 그렇게 동작이 빠른지...
대부분 다시 찾아가기는 합니다
한번은 봉투 사러오신 분이 빈봉투는 가져가시고 축의금이 든 봉투는
놓고 가신 분도 있었습니다.
8. 할머니의 돈나물
나물 중에 돈나물이 있습니다.
저녁 11시경쯤 되면 할머니 한 분이 이 돈나물을 팔러 가게에 오십니다.
이 나물 사면 돈 잘번다고 하면서 하루는 할머니가 돈나물 무침을 해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맛을 보니 옛날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나물맛 바로 그 맛입니다.
이 할머니는 요즘 저희 가게뿐 아니라 근처 모든 가게에 반찬 대주시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고마우신 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9. 스타벅스와 공주병
컵커피중에 제일 비싼것이 스타벅스(1,800원)입니다.
대부분의 컵커피가 1,200원인데 왜 그리 비싼지 저도 모릅니다.
근데 이 커피를 사서 마시는 분은 거의가 공주병 기질이 있습니다.
"이 커피는 예쁜 모델들이 주로 마시던데 혹시 모델이세요"
이 말 한마디면 대개가 계속 이 커피만 마십니다.
사실 1,200원짜리와 똑 같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10. 49제
곱게 차려 입으신 할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양초를 달라고 합니다.
촛불시위가 한참일 때여서 "어디 집회에 가십니까" 했더니
사고로 죽은 아들 49제에 가시는 길 이라고 하십니다.
캔 맥주 2개까지 사셔서 보자기에 싸시고 나가시면서
살아 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라고 하시네요.
쓸쓸한 걸음걸이로 나가시던 할머니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