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 공지영 -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 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공지영, 기억위로 세월이 덮이면 >
내가 공지영이라는 소설가를 처음 만난 것은 "봉순이 언니"에서 였고
연이어 "고등어"라는 소설에서 만났다.
그 소설을 읽으면서 난 또다른 소설가 "신경숙"과 "공지영"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듯 했다.
두 사람의 소설이 내게 비춰지는 색은 마치 정반대의 대비색을 지닌듯 했으니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리고 비록 공지영 작가의 개인 연애사처럼
들리는 두 소설 특히 고등어의 주인공에 대한 감성은 동시대를 오년 정도 앞서
살아온 내게는 소설속 주인공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전해지고 물들여졌다.
그러한 내 기억을 더듬어 내기 위해 인터넷에서 다시 한번 고등어의 책 내용을
뒤졌고 여러명의 북러그들의 리뷰 글을 보면서 옛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져 나왔다.
그렇다고 다시 책장에서 그 책을 끄집어 낼 엄두는 못낸다.
요즘은 책을 읽는게 예전처럼 쉽지않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면 예전 책을 다시 읽으면서 지낼 것인데 ...
몇 트럭이나 되는 책을 버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읽을 책은 충분하게 느껴진다.
책 욕심이 사라진지 오랜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