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글을 옮기면서 다시 읽어보니 이 시를 전해준 그 친구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편지로 받았다는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웨지 웃음이 났습니다. (20180823)

 

 

옛 글 중에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어 카테고리만 변경하였습니다. 

 

            < 날짜를 보니 2004. 8. 22 일 입니다.>

 

대학을 다니던 어느 겨울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 편지로 받은 시입니다.

몇년 동안 간직하다가 잃어버린 후

십여년이 지나서야 어느 글에서 되찾아서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시로

또 다시 십여년이 지난  오늘

멀리 그에게로 전해봅니다.

이 시간 이 아름다운시를 선물한 그 친구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를 그리려면 - 엘자 앙리케즈에게

                                -자크 프레베르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립니다.


무언가 예쁜 것을
무언가 단순한 것을
무언가 쓸 만한 것을 그린 후


새를 위해
그리고 나서 그 그림을 나무에 걸어놓습니다.


정원에 있는
또는 산 속에 있는
어느 나무 뒤에 숨겨놓고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꼼짝도 하지 말고 ...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마음을 먹기까지에는
오랜 세월이 걸리기도 하죠


용기를 잃지마세요
기다리세요
그래야 한다면 몇 년이라도 기다려야 해요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건
그림이 잘 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새가 날아올 때엔
혹 새가 날아온다면
가장 깊은 침묵을 지켜야 해요
새가 새장 안에 들어가기를 기다리세요

 

그리고 새가 들어갔을 때
붓으로 살며시 그 문을 닫습니다.

 

그 다음엔
모든 창살을 하나씩 지웁니다.
새의 깃털 한끝도 다치지 않게...

그리고 나서 가장 아름다운 나뭇가지를 골라
나무의 모습을 그립니다.


새를 위해
푸른 잎새와 싱그러운 바람과
햇빛의 반짝이는 금빛 부스러기까지도 그립니다.


그리고 여름날 뜨거운 풀숲 벌레들의 소리를 그리고
이제 새가 마음먹고 노래하기를 기다립니다.


혹 새가 노래하지 않는다면
그건 나쁜 징조에요
그 그림이 잘못되었다는 징조에요
하지만 새가 노래한다면 그건 좋은 징조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살며시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으세요
그리고 그림 한구석에 당신의 이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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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를 읽고 그 시가 머리 속을 지나 가슴에서 숨쉬고 있다면 그 시는 바로 자신의 시가 된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시는 많지 않다. 어렸을 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시들은 우리들과 함께 성장해서 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사로잡지는 못한다.어떠한 시를 만날 때 자신의 생활이나 환경이 그 시와 일치감을 느낄 때에야 그 시는 비로소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이 시가 내게는 그런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에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채 한달도 못되어 유명을 달리하신 이모님(이모님은 모친의 유일한 혈육)을 기억해 내고, 더구나 유난히 기력이 약해진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더욱 더 다가왔던 시이기도 합니다. 

 

                                <131022>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사,2006) 중에서

 

 

1970년 경북 김천에서 출생하였으며 1995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 「處署」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

'2005 오늘의 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좋은 시인으로 선정이 되기도 하였으며 제 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론 『수런거리는 뒤란』『맨발』 등이 있고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에 있다.

 

 

---------------<내 느낌>-----------------

 

참고로 이 시는 2005년 시인과 평론가 120인이 그해 "문예지에 실린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되었으며 문태준 시인은 2004년과 2005년에는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으로 뽑혔으며 거의 모든 문학상을 수상해 왔던 시인이다.

 

가재미는 표준말로 가자미이다.

 

토요일, 회사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필달행사로 38Km 걷기행사를 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광주 부모님댁에 다녀오려고 마음먹었는데

사는 곳에서 여수 터미널로, 터미널애서 광주 터미널로 그리고 시내버스로.

이동하는 경로에 마음이 먼저 질린거일까?. 그렇다하더라도 애초 마음먹은 대로 출발했으면 부모님과 점심을 함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어찌 어찌하다보니 시간이 조금 지나서 함께하고픈 점심이 어려울것 같았다.  결국 사택에 주저않고 말았다.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이동하는 것이 조금은 귀찮아 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이 시가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나날히 수척해지시고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떠올릴 때 마다

이 시의 한구절이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평소와 달리 당신이 예전의 그 의욕을 어느 정도 잃으신 것 같지만

나는 아직도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서 더욱 더 꽉 잡고 있다.

내가 만일 끈을 놓아버리면 멀리로 놓쳐버릴 것 같아서 더욱 더 강하게 쥐어본다.

 

이 시는 저자가 저자의 큰어머니의 병문안을 모티브로 해서 시를 지었다고 한다.

사실적 이미지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압축해서 표현했기에 내 마음을 더욱 더 울리는 것 같다.  이 시집의 제목이 '가재미' 이고 그 안의 2부 첫번째 시가 "가재미"이고 이어서 "가재미2" 이다.

 

죽음의 얘기는 늘 우리를 안타깝게 만든다.

더군다나 이 시는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환자를 방문한 느낌을 옮겼기에.

 

하지만 나조차 그 끈을 놓을 수 없고

아버지께서 내개 바라는 소망을 잘 알기에

한번 더 읽고  옮겨 본다.

 

어제 다녀오지 못한 대신에 예전과 달리 하루를 그곳에서 더 머물다 내려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080204>

 

다음블러그 "차향이 우러나는 향기로움으로"의 '좋아하는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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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인은 고향이 같아서라기 보다는

아마도 내 느낌과 닮아서 좋아한 것은 아닐까? 

호가 차를 좋아하는 다형이라서,

물론 그분은 차를 좋아하고 커피도 즐겼다고 한다.

 

좀 나이드신 분들은 이분이 낯설지 모르지만

요즘 세대들은 국어 교과서에 실린

 "가을의 기도"로 더 먼저 기억할 시인이다.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시작하는 시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그분은 이미 작고하셨지만

그분의 체취와 자취는 학교에 오래 남아 있었다.

내 모교는 그분이 교수로 재직하셨던 조선대학교 산하의 부속 고등학교였고

학교의 국어 선생님들은 대부분 그 분의 제자들이셨기에

간혹 시를 옮기면 그분의 시를 옮기기도하고 읊조리시기도 하셨다.

 

"가을의 기도"에서 부터 시작하여

그리곤 그분에 대한 기억을 전설처럼 풀어내곤 하셨다.

 

더 나이 먹으면 나도 전설처럼 들려주고 싶은 분이 있을건가.

나를 전설처럼기억하는 사람은 없어도

내가 전설처럼 기억하고픈 사람들이 많기를 소망한다.

 

그 때 한 선생님이 권하던 시는 "플라타너스"였다.

광주의 조선대학교는 올림픽스타디움 넒이의 종합우동장이 있었는데

그 주위에는 이 시제목처럼 '플라타너스"가 울창했었다.

 

봄에는 새로운 시작을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가을의 정취인 커다란 낙엽을

그리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였지만

사계절의 흐름을 그 어떤 나무보다도 더 진하게 느끼게 해준 나무다.

 

아마 그당시 웬만한 도로 대부분의 가로수는 이 '플라타너스'였으니

어느 새 제법 풍족해졌을 때 쯤에

가을에 도로를 어지럽히고 보기 흉하다고 베어내기 시작했지만 ...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문득 이시가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것은 다 잊었어도 "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로 시작하는 대목은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다시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다.

 

                      <080130>

 

 

                       <인터넷에서..... 저작자 허락없이 옮겨왔습니다.>

 

 

플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 김현승, 호 남풍·다형: 1913년 2월 28일 (광주광역시) - 1975년 4월 11일 >

 전라남도 광주 출생. 목사인 부친의 전근을 따라 평양에 이주, 그 곳에서 숭실중학과 숭실전문 문과를 졸업하였다. 교지에 투고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라는 시가 양주동의 인정을 받아 《동아일보》에 발표(1934)됨으로써 시단에 데뷔하여 《새벽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침》 《황혼》 《새벽교실》 등을 계속 발표, 민족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나타내어 주목을 끌었다.
 일제강점기 말에는 붓을 꺾고 침묵을 지키다가 8·15광복 후 1949년부터 다시 작품을 발표, 《내일》 《동면》 등 지적이고 건강한 시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1951년부터 조선대학교 문리대 교수로 있으면서 박흡·장용건 등과 함께 《신문학》(계간)을 6집까지 발행,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하였다.
 1957년에 처녀시집 《김현승시초》를 간행하고, 1963년에 제2시집 《옹호자의 노래》, 1968년에 제3시집 《견고한 고독》, 1970년에 제4시집 《절대고독》을 간행하였다.

그의 시는 초기에는 자연의 예찬을 통한 민족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띠었으나, 8·15광복 후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세계를 보여 주었고, 말기에는 사랑과 고독 등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였다. 1973년 서울특별시문화상을 받았고 1974년 《김현승 시선집》을 출간했다.

 

<080130 다음블러그 "차향이 우러나는 향기로움으로" 의 '좋아하는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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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23. 20:09 좋아하는 시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전집1 (민음사)



풀은 이 세상에서 제일로 흔하다. 풀은 자꾸자꾸 돋는다. 비를 만나면 비를 받고 눈보라가 치면 눈보라를 받는다. 한 계절에는 푸르고 무성하지만, 한 계절에는 늙고 병든 어머니처럼 야위어서 마른 빛깔 일색이다. 그러나 이 곤란 속에서도 풀은 비명이 없다. 풀은 바깥에서 오는 것들을 긍정한다.

풀은 낮은 곳에서 유독 겸손하다. 풀은 둥글게 휘고 둥글게 일어선다. 꺾임이 없는 ‘둥근 곡선’의 자세가 풀의 미덕이다. 느리지만 처음 있던 곳으로 되돌리는 이 불굴의 힘을 풀은 갖고 있다. 풀은 이변을 꿈꾸지 않는다. 제 몸이 무너지면 그 무너진 자리에서 스스로 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풀은 솔직한 육필이다. 풀은 ‘발밑까지’ 누워도 발밑에서 일어선다. 바닥까지 내려가 보았으므로 풀은 이제 벼랑을 모른다.

새날이 왔다. 새날을 받고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제에 있다. 어제의 슬픔과 어제의 이별과 어제의 질병과 어제의 두려움 속에 있다. 그러나 어제의 곤란은 어제의 곤란으로 끝나야 한다. 열등은 어제의 열등으로 끝나야 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내심에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이것을 잘 아는 사람은 만 명의 적이 와도 무서움이 없으며 물러섬이 없을 것이다. 자존(自尊)과 자립(自立)의 에너지가 우리의 자성(自性)이다.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 일어서고 있다는 믿음, 넓고 큰 세상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믿음,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리라는 믿음, 우리는 이 다짐으로 새날을 살아야 한다. 눈사태를 뚫고 산정(山頂)을 찾아가는 산악인처럼.

타계한 해에 발표된 ‘풀’은 김수영(1921~1968)의 마지막 작품이고, 우리 시대 100명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이기도 하다. 올해로 40주기를 맞은 김수영은 전위적 모더니즘으로, 4·19 혁명 이후에는 참여시(詩)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그의 시는 사람들 가슴 속에 눕고 울고 일어서며 푸르게 살아 있다.

 (문태준)

문태준·시인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으며 동서문학상·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2008.1 . 다음블러그 "차향이 우러나는 향기로움으로"의 내가좋아하는 카테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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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태주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 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나태주

시인.충남 서천군(舒川郡) 기산면(麒山面) 막동리(幕洞里)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公州師範學校) 졸업. 1971년 《대숲 아래서》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1973면 《대숲 아래서》(47편 수록)라는 제1시집을 내놓았다. 주요작품으로는 《대숲 아래서》 · 《보리추위》 · 《가을 서한(書翰)》 등이 있으며, 현대시의 난해성(難解性)을 탈피(脫皮)하면서 전통적(傳統的)인 한국 서정시를 계승(繼承),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새여울」시동인회(詩同人會)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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