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정의, 너의 정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맞히면 상을 준다는 말에 중1 소년은 자신 있게 답을 써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정의다. 사람이 의롭게만 살면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답변에 의기양양했으나 실망스럽게도 2등에 그쳤다. 1등은 ‘사랑’이라 답한 3학년생 차지였다. 분했다.

왜 정의보다 사랑인가? 공자 말씀 같은 정답을 납득할 수 없었다. 상품으로 받은 성경책에 적힌 2등을 지우고 1등으로 고쳤다. 그 굽힐 수 없던 확신에 변화가 생긴 것은 한참 뒤였다.
가난하고 몸 약한 자신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아무 대가 바라지 않고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얻은 깨침이었다.

‘예수는 정의가 아닌 사랑을 베풀기 위해 오셨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회고하는 그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다.

이 97세 철학자는 최근 정의의 본질에 관해 이런 글을 썼다.

수학과 달리 사회과학은 하나의 물음에 다양한 해답이 나올 수밖에 없고 정의 역시 그렇다는 것.

오늘 우리가 정의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원로의 말씀을 새삼 떠올리는 것은 또 하나의 폭염처럼 쇄도하는 ‘정의의 폭주’ 때문이다.
미2사단 100주년 콘서트 파행,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 취소,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등.

‘정의’란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국인의 오래된 본능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사안을 정권과 시민운동권이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치밀하게 전개되는 이 시리즈의 공통점은 ‘내 식대로 정의’를 밀어붙이는 열기다.  예전에 출판시장에서 정의 열풍이 불붙더니, 요즘 다시 대한민국의 화두처럼 떠올랐다.

저마다의 정의를 내세우며 국가공동체의 대의를 뿌리째 뽑아 올리는 형국이다.
예정된 공연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만든 것도 자칭 정의 실현이 빌미였다.
‘2002년 효순 미선 양 사고를 일으킨 부대’라는 조직적 반발은 “6·25전쟁 때 미 본토에서 출병한 첫 번째 부대”라는 상식에 한판승을 기록한다. 박정희 우표 논란도 비슷했다.
‘국가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점은 역사적 사실’이란 일반적 평가는 ‘독재자 미화’란 한마디에 간단히 꺾인다.
 
최저임금 인상을 국민 세금을 투입해 감당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은 정의로 포장된 공약이지만 이를 현실화할 때
일부 수혜자를 제외하고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모르거나, 외면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일단 정의의 깃발을 앞세우면 반대 의견은 설 자리가 없다. 이것이 과연 정의일까.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정의는 타협의 산물’이라 믿는 사람인데,

2년 전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할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타협을 신뢰한다. 적에게 다른 한쪽 뺨마저 내밀어 부당한 처사를 받아들이는 쪽이 아니라

중간 지점 어디에선가 상대와 만나는 쪽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다.” 

최근 번역된 저서 ‘광신자 치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책에 의하면 광신주의란, 나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타협을 싫어하는 것이다.

이상주의와 다른 점은 그 과정에서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
그러고 보면 탈레반도,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도 그들이 믿는 정의의 이름으로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실에서 독점적 배타적 정의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약의 오남용이 몸에 해롭듯이 정의의 오남용이 미치는 해악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시기다.
분노와 원한에서 출발한 경직된 정의가 아닌 열린 정의가 올바른 처방전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저서 ‘정의와 정의의 조건’에서 ‘나만의 정의’가 아닌 ‘우리 모두의 정의’를 강조했던 이유다.
극단의 정의가 극단의 손상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의로 가는 길은 타협과 자기반성에서 시작된다.

대선 승리의 완장을 언제까지 휘두르면서 ‘나만의 정의’를 위해 가뜩이나 허약한 사회를 격하게 흔들고 급하게 몰아붙일 건가.

이제는 진영논리에 관계없이 타협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과 다양한 가치를 수렴한 ‘공동의 정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찢긴 공동체가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라면 말이다. 

정의란 말이 흘러넘쳐 일상에서도 정의 과잉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며칠 전 전철역 안내판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승차는 정의롭게. 여행은 자유롭게”
  
고미석 논설위원

 

내용과는 다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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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7. 7. 5. 21:06 짧은글 긴여운

글 하나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이라는 책의 내용 중 에 나오는 내용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우리 집을 찾아오는 손님은 소중히 여겼다. 식사 때 손님이 오면 우리는 각자의 그릇에 담긴 반찬을 다시 한데 모았다.

"먹을 것을 다 같이 나눠 먹을 때 제일 맛있단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반찬을 다시 나누어 담았다.

이 말은 내 생각과 거의 같은 말이다.

내 생각?

'어떤 차(茶)가 가장 맛있나요?' 라고 물으면
'함께 나누는 차가 가장 맛있다.' 라고    답을 한다

그래서 난 차를 주위 사람들에게 차가 생기면 자주 선물하고 함께 나눈다.
비록 차 맛을 아는 이들에 한하지만...

함께 마시는 차
끽다거(喫茶去) !
차나 한잔 하시지요.


[끽다거 유래]

재미난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1200년 전 중국 당(唐)나라의 조주선사는 끽다거(喫茶去=차나 한잔 마시고 가시게)라는 화두(話頭)를 세웠습니다.  
 
‘끽다거’라는 화두의 유래는 조주선사의 
선문답(禪問答)으로 지금까지 널리 전해져 오는 이야기입니다.  
 
선사는 절을 방문한 한 학승(學僧)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전에도 여기에 온 일이 있는가?" 
  "온 일이 없습니다."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 
 
다른 학승에게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그 학승도 대답하였습니다. 

  "예, 한 번 와본 적이 있습니다."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 
 
  원주가 조주선사께 여쭈었습니다. 
 
  "노스님께서는 무슨 연유로 전에 온 일이 있다는 이에게도 '차를 들고 가라' 하시고 온 일이 없다하는 이에게도 '차를 들고 가라‘ 하십니까?" 
  "원주야" 
  "예" 
  "차나 한 잔 들어라" 
이것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역설하는 ‘끽다거’의 유래입니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몇년만일까?
인터넷으로 책을 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중국에서 근무할 때 건강검진차 귀국해서 들린 집근처 교보문고 목동점에서 책을 산 기억이 가장 최근 기억이 아닐까?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 놓고 애인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그렇게 기다리던 책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놓았다.
그럼애도 그 책은 몇날을 탁자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예전 같으면 책을 사자마자 귀신에 홀린듯 아니 며칠 굶은 허기진 사람처럼 그 날 바로 완독을 하곤했는데 이젠 많이 게을러진 것이다.
그래도 이런 게으름이 나름 장점도 있다. 버통 첫날 다 읽고서는 책장에 꽂아넣고선 까마득이 잊고 사는데 이번에는 여러날 동안나눠서 서서히
몇 장씩 뒤적이다가 또 다시 뒤적이면서 읽으니...

주말에 다시 몇장을 뒤적였다.

그리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사진으로  옮겨놓는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이라는 책의 내용 중 -섬할머니와의 대화- 에 나오는 내용이다.


"댁은 날마다 열심히 달리네요. 인간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못 써요."

"나는 이렇게 왕복 한시간 걸려쓰레기를 버리러 간답니다. 나에겐 이게 운동이지요."

"사람은 나이가 몇 살이든 공부가 중요하지요."

"머리가 좋아지게 하려고 공부하는게 아닙니다. 마음이 좋아지기 위해 하는거지요."

"나는 손자 녀석에게 말합니다.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요."

"사람은 머리로 승부를 보려해서는 안 돼요. 마음으로 승부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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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산다는게 영 녹록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中에서]


오늘 분명 좋은일이 있을거예요.

만일 오늘 좋은 일이 없었다면 내일은 꼭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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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7. 4. 29. 20:36 짧은글 긴여운

좋은 글...

그 사람이 있을 때는 존중하고
그 사람이 없을 때는 칭찬하고
곤란할 때는 도와주고
은혜는 잊지 말고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
서운한 것은 잊어라.

                   -작자미상-

  솔뫼 성지 유채꽃밭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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