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는 틈새에 인터넷을 여행하다보면 멀리 한반도의 아름다운 단풍사진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단풍시점을 알리는 단풍지도가 늘 눈에 밟히곤 하니 가을인가 봅니다.
 
예전에 여수 공단에서 근무할 때 살던 여수 회사 사택은 비록 4층의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마치 전원 주택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사택 정문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길은 비록 짧지만

아름들리 벚나무가 쭉 늘어서 있어서 매일 아침 출근 버스를 타러 가거나  승용차로 

길을 나설 때면  포근함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매 절기 마다 아름답게 변신을 하지만 특히 3월 말쯤에 화사하게 핀 벚나무로 하여

그 길은 꽃도 아름답지만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떨어져 있는 꽃잎들이

만들어내는 꽃길이 더 장관이었습니다.  특히 벚꽃은 다른 꽃들과 달리 꽃잎이 얇아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뒤 허공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에(?) 그 떨어지는 짧은 시간에도

우리는 바람결에 휘날리는 꽃잎에 취하여 바라볼 수 있답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초속 5cm>라고 하는데 잘ㅇ느 모르겠습니다.

 

이 벚나무는 꽃이 먼저 피기에 화사한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나면 연두색 이파리를 냅니다.
그리곤 한 여름 내내 초록빛 그늘을 선사하다가 10월이 되면 빨갛게 단풍물이 들게 됩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길은 전라도 보성 문덕의 대원사 벚꽃 이십리 길입니다. 물론 하동 쌍계사 길도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이 대뤈사 길은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지나 호젓함까지 선물하는 혼자 걷기에 아까운 길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서 더 좋은데 언젠가 문학극장에서 그길이 방영된 후로는 그 호젓함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런데 그 길이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승용차로 서서히 그것도 아주 서서히 운전을 하면 그 빨간 단풍의 벚나무 이파리들이 날리고 이동하는 승용차의 미세한 바람에 의해 날리는 벚나무 이파리들이 더 눈에 아름답게 맺힙니다.

 

물론 10월은 벚나무뿐만 아니라 단풍나무도, 은행나무도, 우리나라 한반도의 수많은 활엽수들이 울긋불긋 물드는 계절입니다. 3개월 주기로 계절이 바뀌는 이 땅에서 10월은 가을의 절정기. 그래서 매년 기상청은 9월 중순이면 ‘산 정상에서부터 20%가 물든 시점’을 기준으로 한 ‘첫 단풍’ 예상시기를 발표합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봄꽃과 반대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단풍. 대한민국에서 그 시작은 늘 설악산이고 종착역은 지리산이 됩니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때 만큼은 단풍여행을 무리지어 떠나게 되는데 이런 날에 배낭하나 매고 무등산 중봉을 지나 장불재를 거쳐 서석대에 오르다가 다시 입석대를 거쳐 규봉암의 덧길을 걷고 싶습니다.  때로는 단풍에 때로는 은빛 억새길에 때로는 기암괴석에 때로는 큰 바위에 살짝 쉬는 여유로움까지 그런 산행길로 .....

 

이 곳 천진에 와서 가장 그리운 게 산입니다.
작년에 와서 처음에는 토요일 등산 모임을 따라 산에 다녀오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환겨의 변화로 그 좋아하는 산행도 그림의 떡으로 변했으니

언젠가는 꺼내 먹어야 할 떡입니다.

 

한국에 가면 잠시 들려보고 싶은 숲길을 마음 속에 살짝 적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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