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위하여

 

                                     (신경림, 1936~ )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리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리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꺾이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는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라는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목 움츠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지어 설 나무들아 

  


신경림
1936년 4월 6일 충북 충주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1955년 『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등이 추천되어 등단.
신경림의 등단 작품인 「갈대」, 「묘비」 등은 농민을 대상으로 하되,
이를 뛰어넘어 인간 삶의 보편적인 쓸쓸함과 고적함을 주된 분위기로 하고 있는데.

첫 시집인 『농무』 이후 신경림의 시는 농민의 삶의 현장을 그린 시로 농민의 고달픔을 다루면서도

항상 따뜻하고 잔잔한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서정적이면서도 감동을 준다.

그의 시는 여타의 노동시에 비해 강력한 울분이나 격렬한 항의, 개혁의 의지 등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으로 이러한 특징은 신경림 시의 장점이자 한계일 수도 있지만

 그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를 확보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새재』 이후에 쓰여진 『민요기행』, 『남한강』, 『길』 등의 시집은 우리 것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우리 민요와 지리 등을 소재로 하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나의 생각
대학 시절 김수영, 신경림, 이성부는 내게 시에 대한 생각들을 바꾸게 해 주는 마력을 지닌 시인들이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좋아하는 김현승 시인과는 전혀 다른 그러면서 웬지 모를 아픔과 함께 나를 사로잡았다. 신경림 시인은 이 시에서 우리의 삶을 나무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어둠', '비바람'과 같은 고난과 시련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나무도 속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음에우리네 삶 자체도 이와 같다,. 겉으로는 웃고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안으로 좀더 들여다 보면 개인적으로 고민과 두려움과 시련이 잇듯이.. 단지 표현하지 않은 것 처럼 그렇게,,,

그러나  두려움과 고난에 떠는 나무들이 손을 잡고 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발견하해 내고 그 고난과 시련의 과정이 곧 꽃과 열매를 달기 위한 전 과정임을 꽃 자신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는 곧 나무가 고난과 시련을 견딤으로써 내적으로 성숙하고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우리 삶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요즘 나의 길디 긴 슬럼프 역시 이런 것이라 확신한다.

 

                           <120727>



출처  : 차향이 우러나는 향기로움으로...  |  글쓴이 : 다향 한글사랑 원글보기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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