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의 별

 

                                                     - 손택수 -

 

 

  가마우지는 캄캄하다. 저물대로 저물어서 흰빛을 뽑아낸다.

 

  남쪽 등대섬 옆 바위섬에서 해마다 시베리아 가마우지떼가 겨울을 난다. 그 먼 길을 날아온 새들이 하필이면 바위 절벽 끝에 둥지를 튼 이유를 나는 모른다. 용가시나무와 갯쑥부쟁이와 괭이밥이 겨우 뿌리를 내린 바위 틈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품은 알들을 놓치고 마는 절벽을 한사코 편애하는 정신이란 깎아지른 절벽만큼 아찔할 뿐.

 

어쩌면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것들은 모두 자신만의 카랑카랑한 절벽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빛이 수평선을 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이 수직상승을 통해 닿을 수 있는 섬이라면, 섬은 끝없는 수평이동을 통해 닿을 수 있는 별이다. 한철 내내 자신의 분뇨가 등탑빛으로 반짝일 때까지 바위벽을 하얗게 칠하는 가마우지의 별은 고립을 선택한 자의 은산철벽.

 

  멀리서 보면 해풍에 마른 소금빛과도 얼른 구분이 가질 않는, 칠흑의 몸을 통과한 빛이 바위벽을 차고 떠오를 때 수평선 밖 누군가는 몇 십억 광년을 넘어온 그 빛을 따라 항해를 하리라. 막장으로 들어가듯, 가마우지 저문 몸을 빌려 빛을 캐오는 심해의 어족들도 있으리라.

 

  절벽은 바다를 뚫고 올라온 적막의 다른 이름, 이 외따로운 은수자를 숭배하여 등탑을 향해 난 계단마다 소라와 미역이 제물로 올라오는 배화교도의 바다, 먼 옛날 지상에서 밀려난 풍인들이 떨어져나간 살점을 소금물에 씻다 떠났다는 해안.

 

  그 섬에선 가마우지도 등대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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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시에 손택수 시인의 시가 한편 " 의 등을 밀며" 있습니다.

이 시의 말미 "그 섬에선 가마우지도 등대지기다"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산문시는 마치 어렸을 때 칡을 씹듯이 여러번 곱씹어야 제맛을 냅니다.

저도 그렇게 여러번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지치는구나 할 때쯤 이 마지막 대목이 살아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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