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4. 09:31 가족과 함께

아들에게(4)

 

아들 주말이다.

천진의 아침은 옅은 안개가 있지만 맑은 날씨에 가깝다.

시간이 빠르단다.
너는 아직은 더디다고 여기겠지만 아빠는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느낀단다.

아빠가 대학 본고사를 치르던 날 할아버지께서 술상을 어머니께 내오시라 하셨다.
평소에 약주도 즐겨하시지 않으셨고, 기분 좋으신 날에야 막걸리 한두잔 드시는 분이신데

그 날은 상당히 의외였단다.

 

평소,내게는 말이 없으시고  항상 무뚝뚝 하셨던 아버지이셨는데 술잔을 내게 권하면서 말씀하셨었다.

첫번째 말씀은

 "지금까지는 시간이 안가서(빨리 어른이 되고파서) 원망스러웠을 것이데 
  이제부터는 시간이 빨리가서 원망스러울 거다.
  앞으로는 네 나이의 십자리 숫자의 햇수 만큼 시간이 빨리 갈거다"라는 말씀이셨지.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나이들수록 그 말씀이 절실히 느껴지더라

두번째 말씀은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앞으로 집안의 대소사는 나와 함께 상의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하시더라.그리곤 집안 일 말고도 문중의 대소사에도 곡 나를 데리고 다니셨단다.

그 때 네 나이 정도였으니 내가 세상 물정을 얼마나 알았겠느냐마는 이제 다시 그 대를 생각해 보면
당신은 못 배우시고 난 그래도 대학생이라고 그리 하셨던 것은 아닐까?

물론 나 보고 "먹고 대학생"이라고 늘 놀리셨지.

그 시절 대학생은 지금이 대학생과 달리 그리 공부를하지 않았거든.

너는 내게 있어 "아버지"라는 이름을 선물로 안겨준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들이란다.
엄마하고는 항상 "너와 예빈이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이라고 말하곤 하지.
너희들이 커 갈수록, 툭히 나는 너를 통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억하게 하고
더하여 할아버지의 나에 대해 표현하지 못하셨지만 그 깊디 깊은 사랑을 알게 된단다.
비록 돌아가셔서 지금은 우리 곁엔 안계시지만

너를 통하여 내게는 살아계신 듯 소중하게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있단다.
그로 인하여 너는 나를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도록 만들어 주고있어.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을 카톡으로 받았다.
한 눈에 내 아들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하겠지..ㅎㅎ
얼굴의 여드름이 좀 심해졌고, 조금은 가냘픈 모습이 안스러웠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이제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될 앞으로의 네 모습을 상상했다.
오늘은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구나.

군인이야 사실 시키는대로, 정해진대로만 하다보면 생각 할 여유가 없으니
그래도 일요일은 여유가 있으니, 엊그제 권한대로 네 이름을 불러주는 곳에서
잠시 두 손을 모으고 생각하는 시간도 가져 보렴.

날이 완전히 환해졌다.

중국 천진에서 보고싶은 아들에게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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