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천안 광덕산 정상에서 본 하늘>

 

 

몇 년 전에 읽은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

좋은 소리, 말을 들은 물은 좋은 모양의 육각수가 되고,

미워하는 말을 들은 물은 이즈러진 모양이 된다고

일본 학자의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인정합니다.

집안의 화초를 보면 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합니다.

내가 미워하면 상대도 나를 미워하듯이.

 

모두 사랑하는 마음과 칭찬하는 마음으로 한 주를 보냈으면 합니다.

  

 

  미워하는 고통

 

                                         도종환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몹시 시달리며 흔들리고 있다.
나도 지난 몇 달간 흔들리는 나무들처럼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나무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지만
나를 흔드는 건 내 속의 거센 바람이었다.
아니 불길이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분노와 원망과 비난의 불길이었고
미움의 모래바람 이었다.
그래서 고통이었다.

미워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몇 배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그 사람이 녹이 슬어 못쓰는 연장처럼 망가지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내 미움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이 산화되는 쇠처럼 군데군데 벌겋게 부스러지기 시작하여
연모 구실을 못하게 되길 바라는 일이다.

누군가에 대해 분노할 때 내 마음은 불길로 타오른다.
그러면서 분노의 불길이 그에게 옮겨 붙어
그도 고통 받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다 타 버리고
재만 남았으면 하고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 불길이 내 살, 내 마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함께 태워 버린다.

누군가를 욕하고 비난하는 일은
내 비난이 독이 되어 그가 쓰러지길 바라는 일이다.
그에 대한 나의 비난의 소리가 귀에 들어가
그도 아파하고 상처받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과 저주는 독초와 같아서
그에 대한 독설이 계속되는 동안 독을 품고 있는 일이어서
그 독은 내 몸에도 똑같이 스며든다.
그 독으로 내가 먼저 쓰러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예리한 칼날로 그의 마음 한복판을 베어내는 일이다.
원망하는 소리가 그의 귀에 다가가
그가 피 흘리며 아파하기를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 육신에 칼질하면
나도 그 칼에 어딘가를 베이는 일이다.

나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상대방만 피 흘리게 하는 싸움은 없다.


성내는 일은 폭풍이 몰아치는 것과 같아서
상대방도 나도 다 날려버린다.
허공 한 가운데로 들어 올렸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일이다.
둘 다 지치고 부러진 마음을 안고 절두거리며 살게 된다.
치유되는 기간이 오래 가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엔 치유된 것 같아도
상처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며 사는 때도 많다.

미워하지 않음으로써 미움을 넘어서고
분노하지 않음으로써 불길로 나를 태우지 않으며
욕하고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먼저 쓰러지지 않고
원망하지 않음으로써 원망을 극복하고
성내지 않음으로써 상처받지 않는 일은
상대방도 나도 죽이는 일에서 벗어나
나도 살고 상대방도 살게 하는 일이다.

          <
도종환 / 미워하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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