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본가에는 연탄 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겸용으로 사용합니다.

나이 드신 분이 연탄을 갈기도 힘들지만 버리는 것은 더욱 힘이 듭니다.

당신이 연탄재를 모아 놓으면 집에 들리는 사위들이나 제가 비우곤 합니다.

저는 힘들게 버리지 마시고 제가 자주 올테니 쌓아두라고 하지만

게으름을 천성처럼 달고 살다보니 들릴 때마다 서너 포대를 비워냅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버지 몫이기도 했습니다.

 

검정 연탄..그리고 하얀 연탄 재로 ...

모든 것을 태워서 남을 덮히는 연탄입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 잘 알지만 새삼스럽습니다.

 

안도현 님의 시 두 편을 읽었습니다.

특히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는 백 번이 넘도록 퇴고를 했다고 합니다.

짧지만 할 말은 다 전하는 감동적인 시 입니다.

 

연이는 시 "연탄 한장"은 정말 옛 추억이 잘잘 흐르고 묻어납니다.

아직도 어머니는 눈이 오는 날엔 대문 앞 길에 연탄재를 깨 놓습니다.

집에 오는 손님 그리고 가는 손님이 행여 넘어져 다칠까

당신 보기에 흉해도 그렇게 깨어 뿌려놓습니다.

산산이 으깨는 것은어쩌면 당신의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쥐는 것 같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서 광주로 이사 온 첫 날 밤에

마신 연탄가스로 온 식구가 다 죽을 뻔한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그 때 이웃집 아주머니가 주신 동치미 국물은 지금도 항상 새롭습니다.

 

아뭏튼 시는 내가 힘께 공감할 때에 더욱 감명적이고 아름답습니다.

 

                        <100301>  

 

 

 

 <연탄재.  2006 김현, 인터넷에서>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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