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는 집에서 회사로 출근하려면 승용차로 한 시간이 걸립니다
원칙적으로 이 곳에서는 운전 금지이기에 손수 자가 운전은 안됩니다.
아무래도 이곳 천진이 아직도 운전문화는 좀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집에서 출발하여 외환선(외곽도로)를 타기 전에 시내의 도로체증을 겪고
시외곽으로 빠지기 직전 한 육교 교차로 아래에 인력시장이 섭니다.
이삼백명이 넘게 모여서 어디론가 하루 일자리를 찾아 기다리는 인공(농공)들 입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기다리고 한켠에는 작업요 트럭들도 대기중입니다.
그 모습은 생기보다는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년 회사가 항구 매립지이기에 이어지는 염전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이곳 천진이 기후 특성상 예전부터 소금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지금은 도심 확장과 기후의 변화(예전에 비해 비가 좀 많아짐)로 소금밭이 줄긴하였지만

손수 운전도 못하고, 혼자 살다보니 가는 곳도 제한적이어서 시내길에 어둡고
따라서 대중 교통(시내버스)은 예전에 한번 타 보고 아직은 낯설은 편입니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면 (회사 사정이 좋아져서 제대로 쉬는 때)
흉ㄹ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가 볼까 합니다. 

그 때에 느낀 점도 저 아래 글과 비슷하지 않을가요? 

 

                                      <131004>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김광규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내 모습과 옛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결혼하고서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아내가 잠시 일을 한다고 산 중고차를 이용하여 새벽같이 아내가 학원에 데려다 주었는데

원래 요령을 모르고 있는 그대로만 하는 내 성격 탓인지 한번에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운전 면허증을 받은 그 날 저녁. 

아내는 내가 퇴근 하자 한적한(?) 길에서 내게 운전을 맡겼는데

속도감이 없는 내게는 지금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아내도 두고 두고 미안해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운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속도감을 즐기는 것 보다는 어디론가 자유롭게 간다는 것

운전이 주는 자유를 즐기는 셈입니다.

 

서울에서 회사에 출퇴근 할 때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즐겨하였습니다.

에너지 절약이랄지 이런 캠페인적 성격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창기에는 지하철 보다는 시내버스를 더 많이 이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웬지 시내 버스 안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주위의 풍경을 통해서 내 스스로 즐기기도 하고

미처 보지 못한 남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하루의 일과가 웬지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빠른 지하철을 타게 되면

콩나물 시루같은 발디딜 틈이 없어 재미는 없지만

단지 빠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하철을 더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편한 잇점으로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다가 여수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쫓다가 놓친 것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거리의 풍경에서

할머니의 무거운 짐(젊은 사람들은 결코 무거운 짐을 지거나 들지 않습니다)을 들고

힘들게 걸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멀리 어머니를 떠올렸고

때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고

서로 모녀간에 나누는 정겨운 얘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중 고등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얘기들을 몰래 엿들으면서 내 아이들도 저렇겠지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하철의 답답한 공기와 다를 맑은 바람과 높은 하늘

 

언젠가 출근버스 안에서 겪은 일상으로

모처럼 내가 받아 준 책가방에 대한 얘기를 블러그에 적은 적이 있는데

그 블러그 글이 한국일보에 옮겨겨지기도 했었습니다.

 

속도의 경쟁에 따라 우리들이 잃게되는 게 많습니다.

또한 몸이 편해지면서 잃는 것도 역시 많습니다.

운전 역시 속도의 경쟁이고 몸을 편하게 만들어주기에 바꾸기 힘든 습관처럼 굳어버립니다.

그렇지만 나 부터가 손수 운전을 하면서 잃는 게 너무 많습니다.

우스게로 아이들은 "아빠는 운전대만 잡으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여기서 달라졌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운전을 하면 난폭해지고 욕설을 입에 달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아마도 가장 큰 손해는 그 댓가로 내어주는 "삶의 여유"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시였는데 이제야 그 제목이 떠올라 옮겨 놓습니다.

이 시를 통해서 앞만 보고 달리면서 잃어버리는 소소하지만

삶의 진실을 놓치는 나에 대한 안내자로써

그리고 아쉬움과 안타까움 특히 젊은이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공감이 되었고

잠시 나마 스스로에 대한 단상을 통해 도 다른 여유를 가져 봅니다..

 

그래서 함께 나눕니다.

 

                            <1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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