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바램 처럼 아들 녀석 수능 마치고 대학 입학전에

비록 무등산이나 지리산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둘이서 인왕산에 함께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일학년 일하기 마친 여름 방학에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가장 길면서 아기자기한 지리산 둘레길 3코스를 아침 부터 근 하루 종일 함께 걸었습니다.

때로는 아무 말없이 침묵으로 걷기도 하고, 서로의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앞서거니 쥣서거니 하면서 그렇게 함께 걸었습니다.  도중에쉬면서 막걸리도 한잔 하고 식사도 하고

아무데나 마음 가는 곳에서 함께 쉬면서 ...

물론 그 쉬는 자리도 알고보면 순전히 제가 정한 곳이지만 (여러번 걸었기에 19.3 KM 코스가 마치 제 눈 속에 파로나마 처럼 선명합니다.)

 

서로 가갖의 DSLR 카메라로 똑 같은 대상을 찍이서 구도를 비교해 보기도하고

각자 마음에 드는 곳을 찍어서 자랑도 하면서  그렇게...

전공이 예술 계통이라 그런지 사진 구도를 몇가지 알려주니 금새 저보다 더 짤 찍은 사진 몇장이 보이기도 했습ㄴ다. 

 

요즘 며칠 동안 addidas (아디다스) 보라색에 노란끈 운동화를 신고 다닙니다.

아들 녀석이 신던 신발인데 녀석 발이 크다 보니 내 발 크기에 맞는 신발로 남아

녀석이 신지 못하기에 이제 내 몫이 되었다가 이곳 까지 함께 왔습니다.

그 신발을 내려 보면서 아들 생각을 했습니다.

딸은 언제든지 목소리 듣고 싶으면 전화도 하고, 대로는 걸어주는 전화도 받는데

녀석은 그럴 수 없어서인지 요즘 생각이 많이 납니다.

녀석 휴가 나올 때에는 나도 시간을 맞추어 지리산 둘레길

아니면 녀석의 할아버지 아니 내 아버지와 함께 걸엇던 무등산 길을 같이 걷고 싶습니다.

 

                    <131009>

 

 

무등(無等)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樓)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속에 갈매빛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 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고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참고) 갈매빛 - 초록빛,녹색


 

 

 

미당 서정주 시인은 내게 애증이 있는 시인이다.

그렇다고 나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시인으로서만 봐야 되는데

詩(시)라는게 항상 시인의 삶을 떠나서 읽히울 수는 없는 법.

시대가 시인을 남들어내고 성장시킨다고 하지만

개인의 삶에 대한 자세와 의식은 개인차 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산에 오른 기억이 없다.

지리산도 부르고, 무등산도 부르는데 난 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 같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죄의식(?) 속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 한 군데 미안함이 스며나는 현실이다.

 

큰 아이 수능 끝나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날 함께 오르고 걷고 싶은 길이다.

 

그 동안 미뤄 두웠던 그 산!

내가 아버지와 함께 걷던 그 길을 내 아들 녀석과 걷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무등산에 올라도 그 길 만큼은 내내 비워두었었다.

 

요즘은 기분은 웬지 올해는 모두 다 좋은 일만 그득할 것 같은 예감과 상상이다.

그런 마음이 갈수록 짙어진다. 

 

                  <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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