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두 그릇 수사(修士)>

한 수도원에 밥만 많이 먹던 (아무리 아파도,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두 그릇씩, 그것도 고봉으로) 수사가 한 명 있었습니다. 많이 먹다보니 몸도 나게 되었고, 몸이 둔해지다보니 작업시간에 별로 도움도 안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기도 시간에 졸기는 또 얼마나 조는지...

이를 늘 눈여겨보던 다른 한 수사는 매끼니 꼬박꼬박 밥 두 그릇씩을 게눈 감추듯 하는 그 수사가 무척 못마땅했습니다. 자신은 한번도 밥을 한 그릇 이상 먹어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언제나 철저한 극기와 절제의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밥만 축내는 형제가 어찌나 미워 보였던지...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둘 다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고행에 열심이었던 "밥 한 그릇 수사"는 당연히 천국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천국에 들어가게 된 "밥 한 그릇 수사"는 여유 있게 천국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었습니다. 

매일 밥만 축내던 그 수사, "지옥 아니면 적어도 연옥쯤 있으려니" 했던 그 수사가 자기와 똑같이 천국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밥 한 그릇 수사"는 즉시 베드로 사도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따졌지요. "이거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하느님은 정의의 하느님, 공평하신 하느님이라고 늘 강조하셨는데, 완전히 뻥이었네요."

묵묵히 듣고만 있던 베드로 사도가 이렇게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자네, 혹시 단 한번이라도 저 친구 마음 깊숙이 들어가 본적이 있는가? 사실 저 친구, 적당량은 밥 두 그릇이 아니라 세 그릇이었다네. 원래 세 그릇을 먹어야 했었는데, 저 친구 그걸 참느라고 한평생 얼마나 고생했는지 자네는 모를걸세. 그렇다면 결과는 당연히 천국이지."

오늘 미사시간에 신부님 강론의 첫머리였습니다.
우스개 소리 같지만 사람들의  편견에 대하여 잘 알려주는 유머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상대의 입장에 서본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생각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식과 자신도 모르게 자라온 환경에서 익숙해지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상식선에서만 판단해도 그나마 다행인데 우리는 종교적,  사회적 특히 정치적 성향(신념)에 따라  그리고 자긴의 이익이라는 잣대로 상대를 재어보고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때에 따라선 지나칠 정도의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요즘 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프다는 핑게로 상대가 먼저 더 이해주길 바라는  마음 약한 사람이 되어있는걸 보고선 깜짝깜짝 놀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오늘의 미사 신부님 강론이 저를 다시한번 일깨워줍니다


홍제천 190202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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