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난주 화요일에 광주 어머니께 다녀왔다.
그동안 동생들과 아는 친척 지인들에게는 나의 처지를 말했지만 어머니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결국 이제는 알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퇴원한지 좀 시간이 흘러 몸도 좀 나아졌고 얼굴도 약간 살이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내 얼굴을 보셔도 충격(?)이 좀 적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나의 상황을 더 이상 감추는게 힘들기도 했다.

전날 동생들에게 시간되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면서 어머니께는 별도로 내가 말씀드리겠다고 가족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몇몇이 지금처럼 알리지 않는 게 더 좋겠다는 의견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마음 먹은대로 말씀드리기로 하면서 내려갔다.

먼저 집에 도착해서 인사를 드리자 첫마디가  여윈 내 얼굴을 만지면서 "아들 고생 많았네" 랴는 말씀이었다.

간만에 동생들 부부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밖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급작스런 일정에도 오빠의 사정을 이해하고 모두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 식사 후 장소를 이동하여 차를 마시면서 오랫만에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노라니 나도 기뻤다.

시간이 되어 각자 집으로 가고
난 어머니 곁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 도중에 내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 아들!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내가 가 봤어야 했는데 못가 봐서 미안하다" 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 눈물이 보이지 않도록 조심스레 천정을 보다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쪽을 보아야 했다. 목소리에 울음이 섞이지 않도록 잠시 시간을 흘려 보낸 후 지금의내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의외로 어머니께서는 내 말에도 담담하셨다. 과거 아버지의 경우에서 익히신 학습 효과와 저녁 식사도 잘하는 내 모습에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놓이신듯 했다. 

당신은 말씀하셨다.

"나는 그렇게 큰 걱정하지 않는다.
아들은 아들대로 치료에 전념하고
난 나대로 네게 걱정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니 서로를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자"

"내 좋아하는 술도
며느리 말대로 세잔을 넘기지 않을 것이고
꾸준히 운동하마."

한 침대의 옆자리에 누워 어머니와 함께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광주 본가를 나서 대산 사택으로 이동했다.

그뒤로 어머니께 전화도 자주 드리고 있다. 사실 병원에 입원한 이후 목소리에 힘이 없거나 목소리가 잠기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드리지 못해는데 이젠 거리낌없이 이틀에 한번 이상 통화를 하고 있다.

요즘도 어머니는 내게 직접 통화 보다는 아내에게 먼저 전화를 거신다. 아마도 내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셔서 혹시나 내가 불편해 할까봐 그러시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짐을 벗어서
홀가분해진 나를 본다.

엊그제 서울에 내린 눈.

세상사는 것
단순할수록 더 편하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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