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 부터 지금까지 내내 내 호칭은 "아버님"이다. 내 나이가 새파란데도 아버님이란 호칭으로 불리우니 그 때 마다 낯설고 마음에 거슬렸다.

그러나 한발짝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그 간호사 분들의 연령대가 우리 아이들 또래이거나 좀 위였기는 하다. 벌써 내 나이가...

아마 환자 기본 정보에 내 생년월일이 있기에 나름 편하게 부른다는 걸 알면서도 낯설기는 여전하다.

예전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들리면 이버지에게 병원 관계자들이 "아버님" 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남아 벌써 내 나이가 그리되었나하고 놀래면서 웬지 거북스러웠다.

뭐 그렇다고  "환자님" 이나 "어르신" 하고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어색해지는데 어느 순간 병원에 들리면 이제 내 호칭은 "아버님"으로 통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직 젊은데 나이든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처럼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에도 생명이 있고 느끼는 각각의 온도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 글을 보면서 공감한 적이 있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어 보이는데
노래하는 대중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에 따라 그들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한다. 우울한 노래를 부르면 그의 생이 우울한 그래서 비극적인 삶이 되고 긍정적이고 밝은 노래를 부르면 그의 삶 또한 그리된다고...
혹시 좋아하는 가수들을 떠올려보면 쉬 이해가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언어에도 생명과 온도이외에 나이도 있다는 말을 더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부터라도 좀 더 젊고 상큼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야 그런 말을 듣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나도 그리될 것이기에...

얼마전까지 대산에서 서울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면 열에 아홉번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밝았다.

좋은 일이 없는데도
나를 배려하는 목소리라는 걸 잘 안다.
그래도 그 밝은 목소리의 색깔이
나를 덧칠하고 밝은 색으로 물들이기에
기분은 좋다. 아니 좋아진다는 말이 더 맞다.

이제 언어에도 색이 있다는 말도 더해야할까 보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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