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소중함에 대하여 ...
오랜 기억을 더듬어서

80년대 말,  학교를 졸업하고 여수로 내려왔습니다. 원하던 회사에 입사를 한 것이지요.

그 당시에는 결혼 전이라 여수에 살면서도 매주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자 마자  광주 본가로 바쁘게 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읽고 싶은 책이 있어 광주 충장로의 큰 서점 나라서적 엘 들렸는데 원하는 책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삼성당에서 발행한 문고판 서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이제 그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자주 들리던 나라 서적 (수년 전에 없어졌습니다만 광주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고 광주에서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 구할 수 없어 그 근처의 충장서림까지 들렸음에도 구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지리적으로 대부분 지나치는 곳이기에) "대호서림"엘 들렸습니다.
다행이 그 곳에서 그 책을 구할 수 있었는데 한 직원이 찾다가 포기한 것을 다른 여직원이 2층 창고에서 어렵사리 찾아내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먼지와 함께 찾아낸 것을 보고 그 여직원의 상냥한 미소와 함께 힘들게 찾아준 친절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삼성에서 지원하는 문고판으로
아마 그 당시 정가로 삼백원이었는데..  .

그 직원의 친절함에 대한 깊은 인상으로 여수로 내려와서 며칠 뒤에 엽서로 그 서점 앞으로 감사의 글을 보냈습니다.

한 달 정도 되었을까? 

우연히 그 곳에 다시 들렸는데 제가 보낸 그 엽서가 서점의 소식란 한켠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별로 잘 쓴 글씨체도 아니고  의미있는 내용도 아니었기에 속으로 놀랬습니다.
그래서 그 엽서를 읽으면서 혼잣말로 "아! 이거 내가 보낸 엽서인데" 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직원이 듣고서 이 엽서를 보내신 분 맞냐고 그래서 빙그레 웃었더니 저를 사장님께 안내해주었습니다.

이 엽서를 받으신 사장님께서 그 여직원과 다른 직원들에게 이 엽서의 주인에 대해 물어도 모두들 저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해서  혹시 엽서의 주인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 안내를 해달라고 이야기 하셨나 봅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서점 개업이래 처음 받은 감사의 글이었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엽서를 받은 날 전 직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회식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따스한 차 한잔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전 직원들의 친절함이 더 커지고 도서 판매량도 더 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덤으로 제게는 특별히 도서 구매시 정가의 20 % 할인의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교보문고 회원이자 여수 진남서점의 우대 회원임에도 자연스레 그 서점에서 많은 책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때 구입한 책들은 지금은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결혼하면서 제가 가진 책들을 용달차로 광주서 여수로 가져왔는데 용달차 운전 기사분이 "이렇게 별도로 책을 운반한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이 책을 다 읽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 후 서울로 이사오면서 짐을 줄이면서 아쉽게도 그 책더미들을 다 버리게 되었는데 그 때 함께 버리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기증을 알아 보았는데 도서관에 기증할 수 있는 도서는 만 2년 이내 도서만 가능하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서울에서도 서너번 이사하면서 줄이고 줄여서 그 많던 책들이 이제는 보기에도 단촐합니다.

중국으로 오면서 가져온 책들도 아직 박스채로 놓여있는데 어느 정도 중국어에 익숙(?)해 지면 다시 손에 들어보려고 합니다. 

내스스로도 "그리 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지만....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엊그제 영업사원과 얘기하다가 고객응대시 친절함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예를 들다가  생각이 난 것입니다.

오늘 중국 직원 (조선족) 누군가와 얘기하다가 중국어로 "삼국지 연의"를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는 내용이기에 좀 더 쉽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당치도 않는 욕심을 내어보는 하루입니다.

산에 가는 날인데 출근으로 못가고 넋두리 비슷하게....

                   <130420>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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