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사진 폴더를 쉽게 정리하는 팁 4가지



매거진 esc] 스타일

‘엄·두·가·나·지·않·는·다.’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사진 폴더에 쌓여가는 사진 앞에서 당신도 이 여덟 글자가 떠오르는가? 3년째 여름휴가 사진은 인화된 사진 한장 없이 파일로만 쌓여 가고, 성장 속도에 따라 앨범을 만들어 주려던 아이는 앨범 한권 없이 다섯살을 맞이한다. 언젠가부터 ‘사진 정리’는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 됐다. 미루면 미룰수록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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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그러니까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사진을 다 찍은 뒤에 원통 모양의 필름을 잘 감아서 카메라에서 빼낸 뒤 동네 어귀에 있는 현상소에 맡기면 끝이었다. 필름 한통이 24장, 36장 등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개수가 한정되어 있었으니 다들 아껴 찍었다. 골라서 현상할 수 없으니 그저 다 찾아야 했다. 아껴 찍었으니 버릴 사진도 적었다.

불과 10여년 전 이야기인데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누구의 손안에나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웬만한 디지털카메라 부럽지 않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고, 몇 번이고 더 찍는다. 별일 없이 보낸 어느 하루의 ‘셀카’ 개수가 20년 전 한달 유럽 여행 사진 개수를 넘어선다.

이런 시대에 ‘사진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니, 살아남기만을 목표로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곳곳에 옆구리 터진 쓰레기봉투처럼 방치되어 있는 사진 폴더를 구할 것인가? 용감하게 전쟁터 같은 사진 저장 공간으로 들어가 사진을 분류하고, 좋은 것만 골라내 마침내 그 사진들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날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기자 등 전문가 그룹과 국내 최초 디지털 사진 인화 기업인 ‘찍스’의 김학현 과장, 현창호 부장의 조언, 일본에서 ‘아이 사진 정리법’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리수납 컨설턴트 에미(Emi)의 새 책 <바쁜 엄마도 쉽게 하는 내 아이 사진 정리법>(심플라이프 펴냄)을 바탕으로 묘안을 정리했다.

 1. 폴더 나누기 전, 생각하라. “나는 누구인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누군가에게서 받은 사진을 한곳에 취합해놓고 보면 한숨부터 난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간순으로 사진 폴더를 정리하라고 권한다. 일본의 정리수납 컨설턴트 에미는 “연도별로 폴더를 쭉 만든 뒤, 그 안에 월별 폴더를 만들고 그 안에 사진을 ‘전부, 소중, 주저’로 나누라”고 조언한다. 시간 순서는 가장 고민 없이 사진을 분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폴더 구성’이 더 중요하다. ‘한겨레’ 사진기자이자 ‘esc 요리면’을 담당하고 있는 박미향 기자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하고 폴더 구성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맛집 취재를 많이 하는 그는 시간 순서 대신 ‘한식·일식·중식’ 등 키워드 중심으로 폴더를 구성한 뒤 그 안에 연도별로 사진을 분류해 둔다고 한다. 여행을 많이 하는 현창호 ‘찍스’ 부장은 여행지를 기준으로 폴더를 구성한다.

2. 삭제 아니죠, 선택이 우선!

비슷한 포즈로 수십장씩 찍어뒀는데 하나하나 확인해 삭제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어깨가 결린다. 초점이 흔들린 사진도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 목표를 정하고 ‘선택’에만 집중하자. 에미는 “한달에 딱 11장만 고르자”고 제안한다. ‘한달에 11장이라는 숫자는 매월 지속하기에 적지도, 넘치지도 않는 양’이라는 설명이다.


비슷한 사진이 비슷한 이름으로 여러장 연달아 저장돼 있다.

선택이 정 어렵다면 컴퓨터에게 맡겨보는 방법도 있다. ‘인공지능 사진 편집 기능’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 플러스’의 ‘하이라이트’ 기능은 비슷한 사진이 많은 경우 색감과 초점,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나왔는지 등을 살펴 잘 나온 몇 장의 사진을 골라 보여준다. 한국후지필름이 최근 출시한 ‘이어 앨범’(Year Album)은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5분 만에 한권의 앨범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주인공 얼굴을 선택하면 해당 인물이 잘 나온 사진을 선택해준다. 사진에 저장된 시간, 장소 정보를 통해 알아서 내용을 구성해주기도 한다.



3. 완벽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느슨해져라.

평소에는 사진 정리를 미루다가 갑자기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 쉽게 지칠 수 있다. ‘모든 사진’을 ‘완벽하게’ 폴더 안에 분류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아이가 둘이니 매년 따로 폴더를 만들거나 앨범을 만들어 주는 일은 전문가도 어렵다고 손사래 치는 일이다. 결혼 18주년인데 18년치 폴더를 다 정리하겠다고 달려들면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최근 사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 사진을 챙긴다면 괜히 출생 당시 사진부터 뒤적이지 말라. 여행도 가장 마지막 여행부터! 기억이 생생한 때일수록 사진 정리가 쉽다. ‘한달에 11장’을 권했다고 11장보다 많거나 적다며 고민할 필요도 없다. 적당히 분류됐으면 다음으로 넘어가라. 폴더마다 적당량의 사진 선택이 되어 있다면 일단 정리는 어느 정도 끝난 셈이다.



4. 1년에 한권, 화룡점정 앨범 만들기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잊은 이들도 많지만 사진의 매력은 애초부터 순간을 기록해 옆에 두고 보는 데 있었다. 부모님의 오래된 앨범이 주는 감동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디지털 사진이 사라질까 외장하드, 개인 컴퓨터 등에 나눠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라면 앨범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1년에 한권 만들기, 긴 여행 뒤엔 한권 정리하기 등의 목표를 세워두면 편리하다.

디지털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 때는 사진을 낱장씩 인화해 앨범에 꽂아 보관하는 방법과 ‘포토북’과 같이 아예 사진을 편집해 책으로 묶여 나오는 앨범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포토북을 만들고 싶다고 무턱대고 해당 업체 사이트부터 들어가지 말고, 사진 선택 작업을 먼저 해놓은 뒤 해당 사이트에서는 ‘틀 안에 붓기’ 작업만 하는 편이 좋다. 포토북은 찢어지거나 선명함이 떨어질 수 있어 오래 보관할 목적이라면 인화지를 이용한 포토북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찍스’의 경우 포토북에 큐알(QR) 코드를 삽입해 동영상까지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찍스’에서 10년 동안 일해왔다는 김학현(34) 과장은 “어린 시절에는 사진관에 인화를 맡기고는 두 시간 동안 그 앞에 앉아 사진 나오기를 기다렸다”고 추억했다. 에미도 “사진은 꺼내서 다시 볼 때 비로소 가치 있는 물건이 된다”고 말했다. 필름을 아껴가며 사진을 찍고, 인화된 사진을 함께 보며 키득대고, 하나하나 앨범에 꽂아 옆에 두고 보는 재미. 디지털 시대라고 포기할쏘냐. ‘사진 홍수 시대’ 대처법은 ‘사진의 소중함’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서 시작한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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