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장사익 노래)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고려장의 내용을 장사익이 노래로 불러 심금을 울린 "꽃 구경"의 노래말이다

 

삶이 어려워 부모를 산너머 산골에 버려야 할 때

어머니는 자신의 슬픔보다도 돌아갈 아들이 길을 잃을까 봐

솔잎을 뿌리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자식!

언제나 자식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노래했다.

 

만일 장사익이 아닌 다른 가수가 이노래를 불렀다면 공감이 가지 않았을 터인데 

목소리에 한이 서린 장사익의 노래로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최근들어 황혼 이혼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평생 밖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다가 막상 은퇴하면 ...

집안에 같이 있다 보면 서로 많이 부딪힐 것이다.

(어쩌면 당장 눈 앞의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 )

그러다 보면 아내는 예전에 서운했던 일들이 앙금처럼 남아 있다가

생채기를 넘어선 미움이 되다보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살고 싶다고 할 것이다.

 

나나 아내는 이제 각각 어머니 한분만 남으셨다.

아무래도 처가쪽은 잘 모르지만

본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말 서로를 위해 화목하셨다

평소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언성을 높이시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있다면, 아버지께서 사업을 실패하셔서 어려우실 때 

두 분이 말 다툼 하시는 모습을 한두번 본게 고작이다.

 

아버지께서 폐암 수술 후 일을 그만두시자 

정말 살뜰하게 어머니를 챙기셨고 모든 일의 우선을 어머니에게 두셨다.

언젠가 어쩌다 살짝 나누는 얘기 중에 아버지는 내게 이런 부탁을 하셨었다.

 

"만일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거든 혼자 남으실 어머니를 부탁한다"고 

 

당신의 그늘 아래에서 온실 속 화초같이 세상물정에 어둡고 큰 걱정 없이 생활해 오신 어머니가 겪으실 상심과 어려움에 대해서 "네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 ,

그래서 혹시 모를, 때로는 어린아이 같이 어리광 같은 마음을 드러내고 고집을 피울 때에도 아들인 나보고 절대 어머니를 무시하거나 화내지 말고 눈 꼭 감고 목숨 낼 일 아니면 다 들어주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동생들과 부딪히거나 아내와 의견이 다를 때에도 당신을 생각해서 어머니 편을 먼저 들어주고 나중에 상대에게 이해를 구하라고 하셨다.  딸들이야 모녀 지간이니 금방 풀어질 것이라면서, "그래도 안심이다"고 했다. 며느리를 자신의 딸들 보다 더 믿는다고 말씀하시면서 혹시 그런일 생길 것 같으면 속 깊은 아내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라고 했다. 

 

다행인 것은 당신의 그 크고 깊디 깊은 걱정과 달리

어머니께서는 초기 우울증에서 벗어나 나름 잘 살고 계시는 듯 해서 안심이다. 

(멀리 위에서 아버지가 보시면 때로는 서운하실 정도로 .... )

물론 어머니 담당 의사의 현명하고 적절한 (?) 처방도 한몫을 했지만.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은 다를 것이다.

내게는 동생들 보다도 더 엄격했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아들 하나인 나에 대해서 아마 맹목적인 사랑이 아닐까 한다.

실제 그렇게 느껴 왔다.

 

장사익의 노래 "꽃구경"을 다시 듣는다. 그리고 눈을 감아 본다.

 

 

 

Posted by 한글사랑(다향)

블로그 이미지
저의 일상을 통해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항암 관련 투병기록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해 치유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한글사랑(다향)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