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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10.27 되돌아 보며
  3. 2018.10.26 눈물
  4. 2018.10.26 거울 앞 당신 2
  5. 2018.10.25 바램.
열이 주기적으로 38도를 넘나든다.
하기야 기록카드에 내증상은
Fever with chills 이니
오한을 동반한 고열 이다.

아침 열시경
오후 여섯시경
이렇게 두차례 체온이 고열로 튄다.
그래서 항암치료도 연기되었다.

투병생활 자체가 인내란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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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아내가 갑자기 내게 다가서더니 말했다.

어제밤 조용히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니
평소 감사와 기쁨이 부족했다.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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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8. 10. 26. 10:54 NEW (항암 치료기)

눈물

내게도 이렇게 많은 눈물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환자복을 입고 있어서 더 센치해진걸까?

난 아들 하나에 아래로 여동생만 다섯이다.
바로 아래 동생과 네살 터울이니 지금이야 같이 늙어가지만
어린시절 내가 고1 때 그 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이니
그걸로 보면 꽤 큰 터울이다.
세째 동생부터는 어머니까지 일을 나가셔서 학교 수업이 파하면 내가 동생들을 돌보았다. 무릎에 눕혀 한쪽 무릎으로 움직이면서 놀리고 한편 손으로는 책을 읽었나보다.지금도 그시절 내 모습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물론 어머니 친구분들이시지만..
그래서 내 어린 시절 별명이 '방안퉁수'와 '애늙은이 영감' 이었다.

여덟 식구를 아버지 혼자 감당하시기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어려운 형편에 난 대학을 가고 밑의 큰 여동생은 야간 상고를 선택허게 되었다. 공부는 하고싶고  주간에 다닐 형편이 못되니 주간에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하려고 야간상고에 진학을 한것이다. 그나마 쥐꼬리 봉급에 학비등으로 빠듯했을 것인데도 본인은 직장에 다닌다고 가난한 대학생 오빠에게 도움을 주곤했다.
지금도 잊을 수없고 그 동생을 보면 늘 그때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속깊으시면서도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시는 무뚝뚝한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셨다.

빈손으로 화순에서 가족을 고향에 남겨 두시고 홀로 광주로 오셔서 군대 공병대에서 배운 목수 기술로 터전을 잡으신 후 이년만에 다섯 식구를 광주 단칸방으로 부르셨다.
이후 어려운 형편에 혼자 일곱 식구를 부양하셨기에 울 틈도 없으셨다고 내게 말씀하셨다.

난 아버지의 눈물을 세번 보았다.
아버지 고향 친구이자 의형제인 도균이 삼촌이 돌아가셨을 때(그 분을 만날 때면 꼭 내 손을 잡고 다니셨다. 약속이라고 했다)
아버지 바로 아래 동생이 젊은 나이에 나이어린 조카들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와
당신이 중환자실에서 나와 필담을 나누실 때 딱 세번이었다.

그런 영향이었을까?
감성이 여린 나도 자연스레 남자가 우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 쩨쩨하고 지는걸로 알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면서도 울지않았다.
내 울음소리에 당신이 더 슬퍼질까 봐 그리고 마음 여린 어머니 마음을 더 상하게 할까봐 장례를 치루는 내내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삼우에서 그 동안 밀린 울음을 참고 참았던 눈물과 함께 마음껏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가족들이 깜짝 놀랬다.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서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는 나를 보고 독하다고 했단다. 어찌 아버지를 여의고 슬프지 않을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랬던 내가 자주 눈물을 보이자

아내가 놀린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져서야..."

하기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나면 아닌 척 눈물 감춘 적이 많았으니...

그래도 쉬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어떤 생각 하나만 해도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어젠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어
평소처럼 모친께 전화를 드렸다.

모친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단다.
평소와 달리 이십여일 째 전화를 못걸었다.
기력이 없는 내 목소리를 통해서
행여나 모친께서 눈치채실까 봐
그 동안 전화를 걸 수 없었다.

끊고 한참을 속으로 울었다.

속으로 속으로 감춘 눈물이 저절로 넘쳐 눈가로 방울져 떨어졌다.
마음속 울음 소리조차도 가슴을 통해 함께 떨리고 밖으로 울리고 있었다.

아내가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나를 다독인다.

   「눈물 보이는 게
      결코 약하다거나
      지는게 아니란다.」

밤 하늘이 차갑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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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거울을 본다.
아내에게 말한다.

송.규.남. 씨가 거울에서 보인다고...

내 앞에 늘 그리워한 당신이
오늘은 거울 안에서 서 있었다.
예전처럼 하얗게 이를 드러낸 체로
활짝 웃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나를 안다는 듯이.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지고서야
내 얼굴에 숨어있던 아버지가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아프고 나서야
보이는 당신 모습이 서러웠다.
웃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이렇게 당신은 늘 내 안에 계셨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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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2018. 10. 25. 10:54 가족과 함께

바램.

[여동생들에게 보낸 글]

얼마전 옷장에서 낡은 양복 하나를 보았다.
오빠가 본사로 자리를 옮긴다고 여동생들이 선물해 준 양복이었다.
본사 첫출근길이 그 옷으로 빛났다.

이젠 세월이 흘러 후줄그레 해졌지만
옷장에서 뿐만이 아니고
내 맘속에서도 늘 살아 숨쉬고
그 옷을 볼 때 마다 마음을 여미곤 했다.

정확히 18년이 지난 옛 이야기같지만,  내게는 옛 얘기가 아니라
남자 형제가 없어 때론 힘들고 외로움을 느낄 때 마다 늘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화수분 이었다.

이제 동생들에게 말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이게 올바른 결정인지 자신은 없다.

난 지금 신촌 세브란스 암병동에 한달 이상 머무르고 있다.  담낭암으로 수술은 어려워 항암치료를 받는데 생각보단 수월친 않구나.

 벌써 암병동 병실에서 한달을 훌쩍 넘기면서도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바램이 있다면
그건 내가 현재 암으로 투병중인 걸 어머니만큼은 모르시거나 이 세상 사람 중에 가장 늦게 아셨으면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원히 감출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나마 욕심을 내어보는 어리석은 아들이 되어보는 것이다.

사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시면
당신이 받으실 충격과 그로 인한  뒷감당을 이겨낼 자신이 내겐 없다.
물론 기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부탁하나 하려고 한다.
당분간 내가 암투병중인 일은  동생들만 알고 어머니께는 절대 비밀로 했으면 한다.

어차피 감출 수 없는 사실이므로
어느 정도 항암치료가 진행되어 얼굴을 보여드려도 될 즈음 적당한 시기를 골라 자연스레 내가 말씀드릴까 한다.

늘 건강하기를 바란다.

병상에서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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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글사랑(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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